尹 “비상입법기구 쪽지 준 적 없다”
21일 현직 대통령 첫 헌재 변론
정장에 빨간 넥타이 차림 출석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안 해”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은 이른바 ‘비상입법기구 쪽지’ 전달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와 관련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낮 12시 47분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경호 차량과 전파 방해 차량 등의 경호를 받으며 서울구치소를 떠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오후 1시 11분 도착했다. 윤 대통령을 태운 호송차는 헌재 지하 주차장으로 곧장 들어갔고, 윤 대통령도 별도의 포토 라인에 서지 않은 채 곧장 재판정으로 향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수용복을 벗고 정장에 빨간 넥타이 차림으로 출석했다.
윤 대통령의 출석은 탄핵 소추된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출석하는 최초의 사례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본인 나오셨습니까”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앉았다. 그는 문 권한대행이 “의견 진술을 희망한다면 발언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하자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재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문 권한대행의 두 차례 직접 신문에도 임했다. 문 권한대행은 이날 증거조사를 마친 뒤 “피청구인(윤 대통령)에게 질문 2개와 진술 거부권을 드리겠다”며 “개별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비상입법기구 예산 쪽지를 (당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걸 준 적도 없고 계엄을 해제한 후 한참 있다가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기사에서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사 내용이 부정확하고 이걸(쪽지)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이 구속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내용을 보면 모순되는 것 같은데 자세하게 물어보면 아는 대로 답변하겠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진우 수방사령관과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모인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는 물음엔 “없다”고 답했다.
국회 측이 23일 김용현 전 장관의 증인신문을 앞두고 “대통령과 격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직접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은 형사소송 절차에 준해서 하는 것이며 제가 직무 정지 상태라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며 “이 사건을 잘 아는 것은 피청구인인 대통령 저 자신인데 (국회 측) 주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