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인력난에 돌려막기까지… 관제사 부족에 공항 안전 ‘구멍’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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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안 관제사 2명 충원 지시
타 공항도 필요 인력 절반만 근무
다른 공항서 빼내 맞추기엔 한계

비수도권 한 공항 관제탑에서 관제사들이 항공기 관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수도권 한 공항 관제탑에서 관제사들이 항공기 관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최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대책의 하나로 무안공항 관제사 2명을 충원하라고 부산지방항공청(이하 부항청)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항청이 관할하는 9개 공항·시설에 근무하는 관제사 수가 국제민간항공기구 권고 기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돌려막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일로 관제사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공항 안전 우려가 더 커지는 형국이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부항청에 공문을 보내 1월 말까지 무안공항에 관제사 2명을 충원을 완료하라고 주문했다. 무안공항의 관제사 편제는 총 8명이지만, 현재 6명만 근무 중이다. 참사 당시 근무했던 관제사 2명이 트라우마 등 사고 후유증을 호소해 업무에 배제된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어서다.

문제는 부항청 산하 다른 공항 관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항청은 가뜩이나 관제 인력 부족을 겪는 타 공항 인력을 빼 무안공항에 배치하는 사실상 ‘돌려막기’를 해야 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부항청은 남부권에 자리한 김해·여수·울산·무안·대구·포항·광주·사천 등 8개 공항과 울진비행장 1곳을 관할한다. 이들 시설 9곳에 근무하는 총 관제사는 50여 명이지만, 이 역시도 국제민간항공기구 권고 기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중 무안과 울진은 각 8명, 여수와 울산은 각 4명의 관제사가 근무한다. 포항과 사천은 근무 중인 관제사가 없다.

김해를 비롯해 대구, 광주 등 거점 공항에는 총 25명 안팎의 인원이 근무 중인데 이 역시 공항 규모 대비 적은 수다. 전국적으로 살펴봐도 관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현재 인천, 김포, 부산 등 주요 공항 기준 관제사가 573명 필요하지만 318명(55%) 가량이 근무 중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관제사 수가 가뜩이나 부족한데, 업무 특성상 부족한 인원을 즉각적으로 공급할 여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 곳에서 인력을 빼가면 결국 어느 다른 곳에서 인력 부족이 발생하는 구조다. 퍼즐 맞추기 하듯 임시로 인력을 짜 맞춰 나가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항공업계는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처우로 관제사 인력 이탈이 이어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제사들 사이에선 업무 여건을 보장하는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상시 탄력 운용’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이 현실적으로 발목을 잡는다는 토로도 나온다. 국토부 항공교통관제업무 규정에 따르면 관제사의 무리한 근무를 막기 위해 ‘연속 5일 초과 근무 금지, 연속 근무시간 10시간 이하, 최종 근무 마친 후 8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 보장’ 등이 담긴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해당 기관의 근무조건, 환경, 인원 및 교통량 등을 고려해 근무 편성을 적절히 변경 운영할 수 있다’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지방항공청장의 판단에 따라 인력 운용이 항상 가변적인 셈이다.

관제사 부족 현상이 지속된다면 결국 안전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특히 향후 가덕신공항,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새만금국제공항, 제주 2공항 등 지방공항이 늘어나는 만큼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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