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 ‘위고비’ 구매 과열 초저가 경쟁에 오남용 우려도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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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등 유명인 체중 감량설
부산 약국선 44만 원까지 판매
SNS엔 비대면 앱 활용법 난무

비만치료제 ‘위고비’(사진)에 대한 관심이 과열되고 있다. 동네 약국에선 초저가 경쟁이 불붙기도 했다.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처방 남용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24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노보디스크가 지난 15일 출시한 의사 처방과 약사 조제·복약 지도가 필요한 비만약 ‘위고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검색되는 키워드를 알려주는 엑스(X·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위고비가 떠오르기도 했다. 다이어트 성공 사례가 퍼지면서 수요도 꾸준히 증가세다. 인기엔 일론 머스크와 오프라 윈프리와 같은 유명 인사들이 위고비로 체중을 감량한 영향도 크다. 인플루언서들도 체중 감량에 위고비를 사용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유명 인사들이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에 너도나도 위고비를 구하려고 나섰다.

높은 인기에 일선 약국들은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부산 위고비 가격은 현재 45만 원에서 55만 원까지 책정돼 있다. 약국이 밀집한 부산진구 서면메디컬거리와 연제구 연산메디컬타운 등에서는 약 45만 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특히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미용 병원 거리가 조성된 서면에선 44만 원에 위고비를 판매한다는 곳까지 나왔다. 1만 원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 보려는 전략이다.

경쟁에 부담을 호소하는 약국도 나온다. 위고비가 실제 약국에 들어오는 가격은 40만 원인데, 가격 경쟁이 심화하며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주장이다.

부산 연제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이 모(31) 씨는 “원가에 카드 수수료, 인건비를 생각하면 남는 게 없다”며 “위고비 구매 손님에게는 현금만 받거나 다른 약을 함께 구매할 것을 권유하는 약국도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구매자들이 비만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위고비를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이나 비만 진단을 받아야 위고비 사용이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만에 해당되는 환자의 경우에만 의료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허가된 용법대로 신중하게 위고비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식약처가 권고한 비만 환자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 △BMI 27kg/㎡ 이상 30kg/㎡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이다.

하지만 SNS에는 ‘위고비 처방전은 전화로 해결이 된다’며 비대면 진료 앱을 활용한 처방 방법을 소개하는 글이 넘쳐난다. ‘비대면으로 처방받을 때 무조건 몸무게를 높여 말한다’ ‘높게 말한다고 해서 직접 확인하는 것도 아니라 괜찮다’며 꼼수 처방을 조장하는 글도 있다.

약사 손 모(33) 씨는 “대상자가 아닌데 약을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고 약을 판매한 약국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한 달간 과도한 위고비 온라인 판매·광고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부작용·이상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안전 조치를 추진하기 위한 신속 대응반도 구성해 운영한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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