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퇴직연금 갈아타기 뜨거운데… 부산은행은 내년 4월부터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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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부터 해지 없이 타 금융사 이전 가능
국민·하나 등 37개사 고객 유치 한창
서비스 개선·수익률 향상에 주력할 듯
BNK, 전산시스템 등 미비 탓 이전 안 돼
“내년 4월까지 상품 이전 가능토록 준비”

오는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되지만, 지역은행인 부산·경남은행에서는 이전이 불가능하다. 시중은행들이 제도 시행 전 고객 유치를 위해 진행 중인 광고. 각 사 제공 오는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되지만, 지역은행인 부산·경남은행에서는 이전이 불가능하다. 시중은행들이 제도 시행 전 고객 유치를 위해 진행 중인 광고. 각 사 제공

31일부터 기존 퇴직연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갈아타기’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부산은행을 중심으로 일부 금융사에서는 갈아타기가 불가능해 고객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31일부터 37개 금융사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회사로 이전할 때 현재 상품을 실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은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하는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 타사 계좌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이전하려면 기존 상품의 중도해지,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손실을 감수해야했다.

정부는 이전 제도 시행으로 이 같은 손실을 줄이고 금융사 간 서비스 기반의 경쟁이 촉진돼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부울경 지역 고객이 많은 부산은행, 경남은행은 실물 이전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기존 퇴직연금 고객은 타 금융사로 퇴직연금 상품 이전이 불가능하다. 전체 금융사 퇴직연금 가입액 400조 원 중 부산은행은 지난달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이 2조 8890억 원으로 전체 연금 시장에서 비중은 1%대지만, 지역 가입자 비중이 매우 높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불참으로 가입자가 타 금융사로 이전이 불가능해 금융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는 44개 금융사 중 37개 금융사가 이전에 참여하는데 두 은행을 포함해 삼성생명, iM뱅크 등이 이전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다.

두 은행은 표면적으로 전산시스템 구축, 테스트 지연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전 제도에 참여하는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은행권의 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4.87%로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 7.11%보다 낮다. 이 제도가 은행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만큼 불참을 통해 고객 지키기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이전 제도 시행 발표가 지난 5월에 있었고 이후 시스템 준비 시간이 부족해 내년 4월까지 상품 이전이 가능하게 시스템을 준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전 제도에 참여하는 금융사들은 상품 다양화를 통해 고객 유치 준비에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예금 상품을 현재 830개에서 890개로 늘렸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0일 기준 펀드와 ETF, 원리금보장상품은 725개, 110개, 302개로 늘었다. 증권사들은 상품 수익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 계좌까지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금융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 4000억 원이다. 은행이 198조 원 규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투자업계가 86조 7000억 원, 생명보험 78조 4000억 원, 손해보험 14조 8000억 원 순으로 적립금을 보유 중이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을 하기 위해서는 운용 중인 상품이 실물 이전 대상이더라도 옮기고 싶은 금융사가 같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한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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