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미인도’ 보려고 한 달 반 만에 10만 명 몰렸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구 가을여행-미술관을 찾아서]

간송미술관 개관기념 전시 ‘여세동보’
국보·보물 40여 점 전시 인기 폭발적

대구미술관 이집트 작가 특별전 눈길
지역작가 주제 미디어물도 흥미 만점
단풍 짙게 물든 주변 풍경도 둘러볼 만

가을을 맞아 대구에 뜨거운 관심을 끄는 명소가 생겼다. ‘지역을 넘어 미래로 이어가는 문화보국 정신’이라는 슬로건 아래 9월 3일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이다. 바로 옆에는 2011년 문을 연 대구미술관도 있다. 지난 18일 찾아간 두 미술관 주변은 온통 가을 단풍 천지였다. 미술관 관람을 갔다 뜻하지 않게 단풍놀이까지 즐기게 됐다.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기획전에서 정선의 ‘풍악내산총람’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기획전에서 정선의 ‘풍악내산총람’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은 2015년 7월 대구시청과 간송미술관이 분관 설치 협약을 맺은 지 9년 만에 문을 열었다. ‘여세동보’라는 주제로 국보·보물 40여 점 등을 소개하는 개관 기념 기획전이 진행되는데, 한 달 반 만에 관람객 1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기획전에서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등을 둘러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남태우 기자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기획전에서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등을 둘러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남태우 기자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산수, 인물, 풍속 등 다양한 회화와 책 등을 소개하는 제1전시실이다.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인지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발 디딜 틈도 없다. 정선, 심사정의 산수화와 신윤복, 김득신의 풍속화 등을 관람하려고 전시실 내에는 곳곳에 긴 줄이 늘어섰다.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전시회에서 추사 김정희 글씨를 살펴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전시회에서 추사 김정희 글씨를 살펴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기획전에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기획전에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학교에 다닐 때 미술책 등에서만 보던 국보 회화 작품을 직접 관람하게 된 사람들의 입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일부에서는 내부 공간이 너무 깜깜하다며 불평을 터뜨리지만, 주변을 어둡게 조성함으로써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의 하이라이트는 신윤복의 ‘미인도’만 배치한 제2전시실이다. 별도의 공간에 ‘미인도’ 하나만 가져다 놓고 소수 인원만 제한적으로 순서대로 들어가 볼 수 있게 했다. 모두 ‘미인도’만 보려고 미술관에 온 듯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 들어갈 순서를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관람한 ‘미인도’의 여자 주인공은 관심이 민망한 듯 부끄러운 미소를 짓는다.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기획전 훈민정음 해례본 전시실의 미디어 작품을 지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여세동보’ 기획전 훈민정음 해례본 전시실의 미디어 작품을 지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제3전시실의 주제는 ‘훈민정음 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이다. 국보이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전시된 곳이다. 혹시 복사본이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시된 책은 놀랍게도 진본이다. 전시실 한쪽 공간에 한글을 주제로 만든 독특한 미디어 작품도 눈길을 끈다.

대구간송미술관에서 ‘미인도’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곳은 고려청자와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모은 제4전시실이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여러 점의 국보 도자기가 전시돼 있다.

미술관을 빠짐없이 둘러봤다면 마지막 코스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등의 작품을 영상으로 재구성해 초대형 화면에 비추는 제5전시실이다. 편안한 안락의자나 전시실 바닥에 앉아 환상적으로 흘러가는 영상에 빠져든 관람객들의 표정에서는 재미있다는 느낌이 넘쳐난다.

관람객들이 대구간송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산수화를 해석한 영상물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관람객들이 대구간송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산수화를 해석한 영상물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미술관

대구미술관은 대구간송미술관 지척에 있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빨갛게 물든 대덕산 언저리의 단풍을 즐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두운 실내에서 작품을 감상하느라 지친 눈을 풀어 주고 곳곳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맑은 공기를 쐬는 것도 좋다.

대구미술관 1층에서는 내년 2월 23일까지 우리나라와 이집트의 전설, 신화를 소재로 삼은 이집트 영상 작가 와일 샤키 특별전이 진행된다.

대구미술관 관람객들이 이집트 영상 작가 와일 샤키 특별전에서 ‘나는 새로운 신전의 탐구’라는 작품을 시청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미술관 관람객들이 이집트 영상 작가 와일 샤키 특별전에서 ‘나는 새로운 신전의 탐구’라는 작품을 시청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러브 스토리’는 우리나라 구전 설화와 전래 동화를 판소리로 재해석한 작품이지만 관람객에게는 매우 낯설고 독특하게 다가온다. 어린이들이 어른으로 분장해 출연한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1’은 이집트 신화를 다룬 작품인데, 마치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나는 새로운 신전의 탐구’는 그리스신화와 이집트 종교의 연관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각 작품 앞에는 벤치가 있어 편하게 앉아서 관람할 수 있다. 먼 이집트의 신화, 전설이 낯선 관람객에게는 지겨울 수도 있지만, 이색적인 문화와 주제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1시간 정도 관람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대구미술관 관람객들이 3층에서 지역 작가를 담은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미술관 관람객들이 3층에서 지역 작가를 담은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미술관 3층에는 ‘몰입’이라는 주제의 디지털 가상 공간이 있다. 대구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상징하는 지역 작가 15명의 작품을 10~20분짜리 미디어 영상 6개로 제작해 요일마다 달리 상영하는 체험시설이다.

지난 18일 상영된 작품의 주인공은 서양화가 서동진과 목판화가 김우조였다. 5~6평쯤 되는 작은 체험 공간은 환상적으로 연출된 두 화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때로는 입체감을, 또 때로는 바람에 그림이 날리는 듯한 착각을 주면서 20분이라는 시간을 순식간에 지워 버렸다.

대구미술관을 둘러본 관람객들이 단풍으로 물든 미술관 주변에서 산책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미술관을 둘러본 관람객들이 단풍으로 물든 미술관 주변에서 산책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