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전 두 단어 연결 못 하면 검사 서두르세요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소아과 아동발달센터

발달 더딘 ‘금쪽이’ 언어 구사력
선천성·환경 따라 개인별 차이 커
무감각 아이 반응성 애착장애 주의
심화평가 권고 받으면 소아과 상담
미디어 과잉노출 정상 발달 악영향
감각통합, 사회성, 놀이 치료 효과

한마음병원 고진희(소아청소년과) 원장이 어린이 환자의 성장 발달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아래는 아동발달센터에서 집라인 기구를 이용해 감각통합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 한마음병원 제공 한마음병원 고진희(소아청소년과) 원장이 어린이 환자의 성장 발달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아래는 아동발달센터에서 집라인 기구를 이용해 감각통합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 한마음병원 제공

‘두 돌이 넘은 딸이 아직 말을 안 해요.’ ‘투정이 많고 자기 조절이 너무 어려워요.’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고 눈 맞춤이 잘 안돼요.’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늦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부모 마음은 덜컥 내려앉는다. 우리 집 ‘금쪽이’의 비정상적인 문제 행동이 일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육아 초보 부모들은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아동 발달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하는 법과 치료법을 한마음병원 고진희 원장으로부터 들어본다.

■우리 아이만 말을 안 해요

아이에 따라 언어 발달은 조금 느리거나 빨리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생후 2~6개월 사이에 옹알이를 시작하고, 돌 전에는 첫 단어를 말한다. 두 돌 전에는 단어를 두 개 이상 붙여서 말을 하고 세 돌 전에는 50개 단어 이상을 구사한다.

우리 아이의 발달이 더딜 경우에 주변에선 지켜보라고 이야기하지만 혹시 문제는 없는지, 마냥 지켜봐도 괜찮은지 판단이 어려울 때가 많다. 해운대 한마음병원 고진희(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언어 구사력은 정도의 차이가 크다. 말이 늦게 트였어도 순식간에 언어 구사력이 향상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18개월까지 말을 시작하지 못하거나 두 단어 연결이 24개월까지 나타나지 않는 경우 조기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언어 발달이 늦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동영상이나 전자기기에 일방적으로 노출되면 아이는 말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해 언어 발달 속도가 느릴 수 있다. 만 2세 이전에 미디어에 과잉 노출되면 언어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보고되고 있다. 간혹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면 스마트폰으로 달래는 부모가 있는데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발달장애 vs 발달지연

발달지연이란 지연발달 선별검사에서 해당 연령의 정상 기대치보다 25% 가량 뒤처져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언어 능력, 운동 기능, 학습 능력, 사회적 소통 등의 평가를 통해 진단이 이루어진다.

단순 언어지연인 아동은 언어 능력이 정상보다 떨어져 있으나 지능은 정상 범주이며 청력에도 이상이 없다. 신경학적으로나 구강 구조에도 이상이 없으며 사회적 소통에 장애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고진희 원장은 “단순한 언어지연은 아동발달센터에서 1년 반 정도 언어 치료를 진행하면 따라잡기가 이루어져 센터를 졸업하게 된다. 언어 발달지연이 조금 있더라도 의사소통 의도를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눈 맞추기, 인사하기, 행동 모방하기 등의 기초적인 의사소통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어 발달장애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지가 않는다. 발달장애의 경우 단순히 말이 늦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사소통 자체에 관심이 없다. 발달장애에 속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언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으면서 특정 행동이나 생활 방식을 반복하는 특징을 보인다. 초인종 소리나 문이 꽝 닫히는 소리에도 아이가 반응하지 않으면 자폐의 신호일 수 있다. 인지장애의 경우도 웩슬러 지능검사 등을 통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 적절한 인지 치료를 해야 한다.

언어가 느릴 때 3세 이전에는 발달성 언어장애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검사 결과 수치에 관계 없이 치료를 진행하고 3세 이후부터 발달성 언어장애 진단을 고려한다.

■아동발달센터의 치료 프로그램

아이가 과도할 정도로 예민한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무감각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넘어지거나 부딪혀도 울지 않거나 웃음 등의 긍정적인 감정 표현이 적고 타인에 대한 반응성이 낮은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 등 미디어 노출이 잦은 아이들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이런 아이들이 치료를 안 할 경우 반응성 애착장애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반응성 애착장애는 부모와의 적절한 애착이 부재한 아동에게 나타나는 장애다. 주양육자의 부재 또는 방임 등의 환경적인 영향으로 인해 발달지연이 동반되기도 한다.

고진희 원장은 “발달센터에는 반응성 애착장애로 진단되기 이전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주양육자와 보내는 시간을 늘려주며 적절한 언어 치료와 심리 치료를 병행해 주면 회복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물론 아이들에게 반드시 스마트폰 등을 포함한 미디어 시청을 줄이길 당부한다”고 지적했다.

영유아 때는 성장 단계에 따라 운동, 언어, 사회성, 인지 영역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또래와 비교해 발달지연 의심 증상이 보인다면 한국 영유아 발달선별검사(K-DST)를 시행할 수 있다.

아동발달센터에서는 소아과 전문의 주도로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언어치료를 비롯해 감각통합치료, 사회성 치료, 놀이치료 등을 시행한다.

아이들은 청각, 시각, 촉각, 고유수용성 감각 등을 받아들이면서 성장한다. 감각통합치료는 걷기, 말하기, 학습하기 등 일상의 과제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필요한 감각을 제공하는 치료다.

사회성 치료는 개별적으로 또는 그룹 단위로 이루어진다. 개별 치료는 감정 표현하기, 역할극 등이 있고 그룹치료는 순서 지키기, 게임을 통해 규칙 지키기, 설명하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놀이치료는 놀이를 통해 아동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상담을 말한다.

고진희 원장은 “예전에 비해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여서 만 2세 전부터 검사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빈도가 늘고 있다. 뇌 발달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영유아기에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만 6세가 지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