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이 부끄럽습니까 [3인3색 性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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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생일날 친구들이 축하 노래를 부를 때 장난치려고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로 개사해서 불러주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아버지와 어머니의 섹스로 오늘날 내가 존재한다고 해야 맞다. 내 부모인 그 둘의 섹스는 사랑의 확인이었고 그 표현법이 있었기에 내가 여기에 있다. 아니 나 말고도 인간 모두는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섹스’라는 단어를 그저 성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섹스에는 우리 성의 모든 게 담겨 있고, 그 안에는 존중과 사랑, 이별 등 발달의 단계마다 특징을 가지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런 여러 가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림을 그릴 때 하늘을 파란색으로 칠하면 가을 하늘을 마주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회색빛이 돌게 색을 입히면 우울한 분위기의 그림이 되기도 한다. 섹스가 그렇다. 섹스를 통해 태어난 우리가 그것을 부정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저급한 것이 된다. 더 나아가 범죄와 섹스를 연결해서 인식하기 시작하면 죄의식과 관련된 버튼이 작동되고 불편한 감정과 강박적 사고 또는 행동이 유발되어 섹스를 변태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그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잘 짜여진 건강한 방식의 성을 누리는 방법을 알게 되면 스스로 통제하며 성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럴 때 사회가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요즘처럼 성에 대해 사회가 양극화되어 있는 때가 있었던가. 일부 집단은 아이들이 성에 대해 알게 되면 호기심을 부추겨서 일찍 성적 경험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며 아이들에게 성에 관해서는 언급도 자제하고 일절 가르치는 것조차 꺼린다. 말하지 않고 교육하지 않으면 뭐 하나? 아이들의 등굣길에는 여자의 반나체 사진이나 란제리만을 얹은 채 찍은 사진을 넣어 밤사이 뿌려댄 명함이 굴러다닌다. 학교 가는 길에 손에 쥔 휴대폰에서는 광고랍시고 자녀가 보지 않았으면 좋을 선정적인 문구와 사진이 버젓이 팝업으로 뜨기도 한다.

그뿐인가.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굳이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은 내용이 방송을 타기도 한다. 메일을 검색하려 노트북만 열어도 쏟아지는 부적절한 광고를 보며, 적어도 옳고 그름, 자연스러운 것과 돈과 목적을 위해 성을 이용한 것을 구분하는 것 정도는 배우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성적인 존재가 된다.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며, 자신의 유전자를 잘 보존하여 퍼뜨리고자 하는 것 또한 본능이다. 물론 생각만 좋게 한다고 모든 섹스가 다 긍정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섹스야말로 양날의 검이다. 칼이 의사에게 가면 사람을 살리고 강도에게 가면 범죄도구가 되는 것처럼, 섹스는 어떻게 그것을 인식하고 다루는가에 따라 스스로가 멋진 사람이 될지, 남들 앞에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 될지 정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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