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는 보궐선거? 온천천엔 역대급 선거 열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현장 가 보니
기초단체장 보선 낮은 관심 예상 깨고
여야 대표 경쟁적으로 유세 현장에
푸른색·붉은색 입은 운동원들로 들썩
현장 분위기, 심판론 대 일꾼론 대치
보수텃밭에도 국힘 내부 분열 조짐
여론조사 결과서도 여야 후보 접전
10·16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10일 금정구를 가로지르는 온천천에는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푸른색과 붉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뒤섞여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저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지” “국민의힘 윤일현”의 이름을 연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여야 대표가 최근 연달아 금정을 찾은 데 이어 전국에서 여야 관계자들이 금정구에 모여 열띤 선거전을 펼치면서 유세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평일에 진행되는 보궐선거인 데다 기초단체장 선거인 까닭에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는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양당의 전폭적인 선거전으로 시민의 관심은 이전 보궐선거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도시철도 1호선 두실역 앞에서 만난 30대 A 씨는 “선거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하루가 멀다하고 금정을 찾아오고 있는데다 선거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가득하다”며 “역대 선거 중에 제일 열기가 뜨거운 것 같다”고 답했다.
여당이 ‘일꾼론’, 야당이 ‘심판론’으로 맞붙으면 여론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부산 내에서도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던 금정구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경고장을 보내야 한다는 보수 지지자도 있었다.
50대 국민의힘 지지자 B 씨는 “지난 총선에서 금정구는 국민의힘의 개헌 저지선 사수를 위해 힘을 보탰는데 지금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느냐”며 “대통령실이랑 당이 권력을 두고 충돌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는데 힘을 보태고 싶겠나”라고 말하며 국민의힘 지지층 내부 분위기를 대변했다.
그러나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부산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힘 있는 여당 구청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선두구동에서 근무하는 30대 C 씨는 “부산에 양질의 일자리도 없고 특히나 ‘교육 명소’라던 금정구의 명성은 지금 찾아볼 수 없다”라며 “이럴 때는 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부산시장, 대통령과 같은 정당의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정구 유권자의 반응이 첨예한 것과 마찬가지로 실제 두 후보는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뉴스피릿·에브리뉴스 공동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에브리리서치가 지난 6~7일 금정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0명 주민에게 지지 후보를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무선 자동응답,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김 후보 45.8%, 윤 후보 42.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서는 막판까지 피말리는 박빙 승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 정가 관계자는 “각 당의 자체 조사에서도 공표된 여론 조사 수치와 비슷하게 집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의 판세가 투표 당일까지 이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뜨거운 보궐선거 열기에도 냉소는 일부 감지된다. 7년째 문을 닫고 있는 침례병원을 방치했다가 여야가 이제 와서 정상화하겠다는 약속을 남발하는 까닭이다. 남산동 침례병원 앞에서 만난 60대 D 씨는 “얼마 전 밤중에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쳤는데 근처 응급실이 없어 동래구에 있는 대동병원까지 가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매번 정치인들이 침례병원 문을 다시 열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도 불은 꺼져있다”며 “이번에도 ‘빌 공(空)자’ 공약이다”고 비꼬았다.
한편, 여야 부산시당은 11일부터 시작되는 사전 투표를 통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부산시당 측은 “정부에 대한 시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높은 사전 투표율이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측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금정”이라며 “사전 투표는 물론 본 투표에서도 보수 결집으로 윤 후보가 승리하게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