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후 보조요법, 폐암 치료 새 지평 열어” [치유의 시대-명의와 휴&락]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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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엄중섭 교수 ‘폐암’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이제는 필수
혈액 생검 80~90% 정확도 보여
표적치료제 못 쓸 땐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병용·단독 투여 적극 시도
재발률 41% 감소, 사망위험도 줄어
환자 4명 중 1명은 완치 효과 기대

사찰음식과 선차로 이름이 높은 홍법사(부산 금정구 두구동)에서 심산(왼쪽부터) 주지스님과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차담을 나누고 있다. 사찰음식과 선차로 이름이 높은 홍법사(부산 금정구 두구동)에서 심산(왼쪽부터) 주지스님과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차담을 나누고 있다.

부산의 분야별 명의와 대표적인 웰니스 관광지를 함께 소개하는 ‘치유의 시대-명의와 휴&락’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2023년 부산시 선정 외국인환자 유치 선도 의료기관 소속의 베스트닥터들을 인터뷰한다. 인터뷰 영상은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4개 언어로 번역돼 부산메디콜(busanmedicall.com)과 SNS 계정에 업로드할 예정이다. 첫 편에서는 폐암의 표적치료와 면역치료 분야에 권위가 높은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엄중섭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는 사찰음식과 선차로 유명한 부산 홍법사(주지 심산스님)에서 진행했다. 홍법사에서는 반려견과 동반하는 템플스테이 ‘멍콕’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폐암이 전체 암 중에서 남성의 경우 발병률 1위로 올라섰다. 폐암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여전히 흡연이다. 흡연이 폐세포를 손상시키고 암세포 형성을 유도한다는 사실은 오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간접흡연도 폐암 발병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원인은 노화인데 폐암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 외에 대기오염, 미세먼지, 라돈과 같은 유해 환경도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폐암의 발견과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폐암은 초기 단계에서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침, 호흡 곤란,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3, 4기 정도로 진행됐다고 보면 된다. 또한 폐는 신경이 없는 조직이 많아 통증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암이 커지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폐암은 전이 속도가 매우 빠르다. 폐는 혈액과 림프액이 많이 흐르는 기관으로, 암세포가 혈액과 림프계를 통해 다른 장기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어 치료가 어렵다.”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선 1, 2기에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떻게 해야 하나.

“장기간 흡연을 한 사람들은 매년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통해 폐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저선량 CT는 폐암을 1기나 2기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조기 발견 시 치료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 최근 폐암 검진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는 어떤 원리인가.

“폐암을 유발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어 그 돌연변이를 치료하자는 것이다. EGFR, ALK, KRAS G12C, ROS1, BRAF V600E, RET, MET 등의 유전자를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폐암 조직이나 혈액 샘플에서 DNA, RNA를 추출하여 분석한다. 이러한 유전자 검사는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맞는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폐암 치료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세침이나 기관지내시경으로 폐암 조직을 떼어 내는 대신에 혈액 생검을 통한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어느 정도 정확도를 보이는가.

“혈액을 이용한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는 간단하고 빠르게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를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암세포에서 혈액으로 방출된 순환 종양 DNA(ctDNA)를 추출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환자에게 부담이 적고 반복 검사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EGFR 돌연변이와 같은 주요 변이를 감지하는 데 있어 80%에서 90%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특히 전이성 폐암이나 조직 생검이 어려운 환자에게 유용하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되면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가 있다. 표적치료제의 효과는.

“표적치료제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다.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돌연변이는 대부분의 경우에 배타적으로 하나의 돌연변이만 발생하며, 돌연변이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종양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또 표적치료제는 기존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 검사가 필수다.”

-표적치료제가 진행성 폐암에서도 효과가 있나.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 사용 가능한 표적치료제가 타그리소이다. 3상 임상시험 결과, 타그리소 치료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은 38.6개월로 나타났다. 현재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3년 이상 생존을 확인한 표적치료제는 타그리소가 유일하다.”

-표적치료제를 쓰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가 새로운 희망이다. 면역항암제의 효과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환자의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해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돕는다. 특히 PD-1/PD-L1 억제제가 대표적이다.”

-최근 수술 전후의 보조요법이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요법인가.

“수술 전에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세포독성 항암제와 함께 투여하고, 수술 후에는 키트루다를 단독 투여하는 요법이다. 그 근거는 키노트 671 연구다. 재발 위험을 41% 감소시키고 사망 위험도 줄여 줘 폐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면역항암제 임핀지도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시도할 수 있는데 최근에 적응증이 확장 중이다. 수술 전후 임핀지 보조요법의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은 화학요법 단독 치료에 비해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성적은 어떤가.

“우리 병원 폐암 클리닉에서도 수술 전에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병용하는 요법을 자주 시행한다. 굉장히 치료 성적이 좋다. 실제로 4명 중에 1명은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다. 병리적 완전 관해라고 하는데 거의 완치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환자의 컨디션이 된다면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추세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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