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파리 올림픽이 남긴 스포츠 보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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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상업·오락화 심화, 미디어에 부정적 작용
한국팀 승리에만 흥분·점쟁이식 예측 예사
전문 인력 육성해 ‘고품질 언론’ 경쟁해야

올해 파리 올림픽이 국가 대표 선수들의 선전에 힘입어 높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종료되었다. 대한체육회의 당초 예측과는 달리 연이은 메달 소식을 전하게 된 미디어는 주목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여름을 보냈다.

스포츠 보도는 미디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 기간 동안 각종 미디어는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팀의 전략, 선수의 삶, 사건 사고, 기타 스포츠 외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경쟁적으로 취재하고 보도한다. 높은 시청률이나 구독률을 달성하여 매체 주목도를 높이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올림픽은 최초의 상업적 올림픽으로 평가된다. 미디어의 가치를 일찍이 간파한 조직위원장 피터 유베로스는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경기장의 크기가 아니라, 경기장에 몇 대의 TV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느냐"라고 선포한다. 그는 독점 중계권을 도입하여 방송권료를 고액화하였고, 기업 스폰서십을 도입하였다. 그 결과 LA 올림픽은 시 당국의 지원 없이 민간 재정으로만 2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낸다. 이 성공 사례는 올림픽 역사 속에 '유베로스 매직'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때부터 미디어의 스포츠 중계와 보도는 사실상 본격적인 상업화의 길로 접어든다. 스포츠 분야에 스폰서십 형태의 기업 조직이 관여하게 되고, 미디어의 영향력은 증가한다. 미디어의 스포츠 중계와 보도는 미디어·기업·스포츠 사이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특히 스포츠와 미디어 두 영역은 상호 의존적인 공생 관계를 구축한다. 문제는 미디어와 스포츠의 공생 관계가 지나치게 수익 창출과 이윤 추구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미디어는 킬러 콘텐츠인 스포츠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다른 한편으로 미디어는 스포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디어는 스포츠의 대중화 및 스포츠 인구와 시설 증가와 같은 경기 외적 요소의 발전에 기여하며 스포츠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미디어는 중계방송을 위해 경기 일정을 조정하는 등 스포츠에 강력한 파워를 행사한다.

실제로 1988년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주관 방송사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 없던 서머 타임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미디어는 경기 규칙의 개정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농구 경기가 전후반제에서 4쿼터 시스템으로 규칙을 변경한 배경에도 광고 시간 확보를 염두에 둔 미디어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상업화와 오락화는 미디어와 스포츠의 공생적 관계가 가져온 가장 우려스러운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미디어는 인기 종목을 편애하고, 프로 스포츠를 선호하여 아마추어 정신이 퇴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스포츠 행사의 미디어 이벤트화도 빼놓을 수 없는 상업화의 부작용이다. 스포츠의 상업화와 오락화는 미디어의 스포츠 중계와 보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보여진 미디어의 스포츠 중계와 보도 역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답습하고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민족주의 경향의 보도 태도이다. 주관적 감정에 휩싸인 '한국 찬양', 경기 전체가 아닌 우리 국가 대표팀에만 한정된 열기와 해설자의 흥분, 선진국 중심의 편향적 보도 태도가 여전하다. 애국주의와 민족주의 경향에서 벗어나서 글로벌 다문화 시대에 부합하는 중계와 보도 태도를 지향해야 한다.

둘째, 영웅주의 및 승리 지상주의 추종 경향이다. 인지도 높은 스타를 부각하려는 경향과 금메달 지상주의식 보도 태도, 비인기 종목과 선수를 소외하는 태도 등이 여전하다. 승패와 상관없이 참가 선수들을 고려하고, 다양한 종목에 대한 보도의 균형성과 형평성을 지향해야 한다.

셋째, 비과학적인 예측 보도 태도이다.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점쟁이식 보도 태도나 비합리적 추론에 기반한 해석을 탈피하여야 한다. 개별 경기 종목들에 대한 전문 지식을 사전에 습득하여 전문성에 기반한 보도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미디어의 스포츠 중계와 보도는 대중에게 스포츠의 매력을 알리고, 관심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문성 부족과 관행을 답습하는 태도로 인해 신뢰성이 위협받고 있다.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의 미디어의 스포츠 중계와 보도 역시 이러한 한계를 드러냈다.

2028년 LA 올림픽 때 한국 매체들이 진일보한 품질의 스포츠 보도로 승부를 펼치기를 기대한다.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캐스터나 스포츠 전문 기자와 같은 스포츠 중계와 보도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한 만큼, 대학과 미디어 기업, 스포츠계의 협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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