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곰곰 생각] 늙어 가는 부산, 일은 누가 하나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저출생·고령화, 선진국도 겪는 문제
한국이 심각한 건 너무나 빠른 속도
부산, 대도시 중 최초로 '소멸' 경고
인구 구조 변화 대처 못하면 미래 없어
일자리 불균형 심화 땐 성장 동력 상실
신중년·여성 고용과 생산성 향상 관건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데, 유독 한국이 심각하게 비치는 까닭은 가공할 만한 속도 탓이다. 한국 인구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 2651만 명에서 올해 5175만 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지만 저출생 탓에 2072년 3622만 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3622만 명'의 적정 규모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인구 구조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부산의 '소멸' 속도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에서 특별·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 단계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임신·출산 적령기(20∼39세) 여성을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소멸위험지수 값이 0.490에 그친 결과다. 이 지표의 분자인 65세 이상의 비중이 23%를 넘긴 점과 분모와 관련된 합계출산률이 0.66명으로 추락한 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신생아 감소와 노년층 증가가 동시에 이뤄져 소멸의 미끄럼틀에 갇힌 꼴이다. 여기에 매년 약 1만 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4년 부산 인구 326만 명은 2052년 245만 명으로 24.8% 감소한다. 이 추세라면 ‘2위 도시’를 인천(296만 명)에 추월당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다. 부산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현재 67.2%에서 28년 뒤 49.1%로 급감한다. 65세 이상도 43.6%로 늘어나 '늙은 도시'가 된다.

급격한 인구 구성비 변동은 사회 각 방면에서 불균형을 초래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미스매치다. 일하는 사람이 주는 반면 부양받는 세대는 느는 방향으로 너무 빨리 이행하면 사회 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인구 전문가들은 저출생과 고령화를 전제한 조건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70년대까지 한 해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2023년 23만 명으로 추락했다. 경제활동인구의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피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부산은 청년 세대의 지역 이탈을 막는 게 우선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지역에서 결혼과 출산을 꿈꿀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다만 수도권 유출을 획기적으로 막거나, 부산으로 유턴·신규 유입으로 반전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주요한 대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인 고령자와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노동 수급 불균형에 따른 빈 곳을 후세대가 채우지 못한다면 내부에서 대안을 찾아 소멸 가속도를 줄이고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노동 생산성이다. 생산 인구가 줄어도 생산성이 향상되면 사회는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도입은 생산성 향상의 도구다. 전환 교육 등을 통해 고령자와 여성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 또 복지 서비스 확대로 관련 인력 수요가 늘어나는 등 산업 구조 변동에 따른 인력 수급의 부침에도 대비해야 한다.

최근 〈부산일보〉는 '구심점 잃은 신중년 고용' 기획 기사에서 신중년(50~64세)을 산업 현장에 계속 머물게 하기 위한 부산의 재고용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기서 신중년은 과거의 은퇴 세대와 구분된다. 고학력에다 해당 분야 숙련도가 높다. 체계적인 건강 관리 덕분에 과거처럼 생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노인'이 아니며 산업 현장에서 제 몫을 하는 일손으로 손색이 없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것도 필수적인 과제다. 우리나라 여성 취업은 꾸준히 늘었지만 여전히 남녀 고용률 격차는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8번째로 크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이 여전히 심하다. 외국인 인력에도 열린 사회가 돼야 한다.

핵심은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지탱하는 적정 인구 규모와 생산 인구를 재설계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산 인구 245만 명'이 왜소하다고 걱정만 해서는 안된다. 젊은 일손의 부족은 이미 정해진 미래다. 신중년과 여성, 외국인의 생산 인구 편입으로 어떤 산업 부문에서 대체 효과가 있고, 또 없는지 따져 보고 대안을 만들어야 된다.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수적이다. 인구와 노동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는 전인미답의 시련으로 가득 차 있다. 익숙한 것을 되풀이하는 '경로 의존'으로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혁신적 사고와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