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미일 연합전선 형성, 다시 생각한다
허만 명예교수·전 한국유럽학회장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쉽게 말한다. 역사를 가볍게 받아들일 경우 그렇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를 좀 심각하게 본다면, 그것이 동일한 궤도에서 되풀이되지 않을 뿐이다. 역사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유동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인들은 8·15광복절을 전후한 역사 인식에서 여야 의원들 그리고 일부 지식인들 가운데서 너무 큰 간극을 보이고 있어서 심히 유감스럽다. 마치 한국인들이 오늘의 일본을 심히 두려워하는 일종의 ‘일본 포비아’(Japan phobia)에 잡혀 있는 듯하다.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고 있는데, 왜 일본에 대한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자부심을 갖지 못할까.
필자는 첫째로 일본과 대비되는 현실을 전략무기 체계에서 비교하고자 한다. 한국은 최근에 이르러서 재래식 전략무기 생산에서 세계 5~6위 지위를 점령했다. 예컨대 K-9자주포와 K-2 흑표전차 생산은 세계 무기 시장에서 그 성능의 우수성을 각각 인정받아 유럽시장에 수출되고 있다.
그리고 KF-16전투기(전자 교란능력 보유)는 초음속기로 그 우수성을 역시 인정받아 해외 수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KF-21전투기를 2026년까지 개발해 배치할 계획이다. 이 전투기는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다. 실전 배치를 할 때는 남북한은 물론 한일 간에도 비대칭무기로 작용할 것이다.
또 우리가 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무기는 천무 다연장로켓이다. 이 무기는 미국의 하이마스(Himars) 지대공 미사일보다 훨씬 기능적 우월성이 입증되었다. 천무는 6초에 12발, 그리고 하이마스는 44초에 6발을 발사한다. 천무는 호주 무기시장 경연에서 그 위력을 인정받았다. 결국 폴란드는 하이마스 대신 천무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우리의 자랑인 천궁-2 요격미사일은 미·중·러·이스라엘에 이어 5위로 보유하고 있다. 빈 살만 왕자는 “천궁-2를 통째로 구입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둘째, K컬처는 세계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세계인들이 쉽게 공유하고,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문화로 발전했다. 이 문화를 공존의 문화로 부를 수 있다. 따라서 K컬처는 전후 미국인들이 재즈와 팝송을 만들고, 이탈리아인들이 특유의 대중 가곡인 깐초네를 만들어 세계인을 매혹시킨 사례를 능가한다. 우리 문화가 세계에 명성을 펼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일본 포비아에 집착하는가.
셋째, 한국은 오늘날 핵무기를 제외하고 필요한 전략무기를 자체 제작, 보유하고 있다. 핵 보유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일찍이 NPT에 가입하고, IAEA 규정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 자체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서 국제평화를 존중하고, 동북아의 평화질서를 유지하는 평화수호 국가로 존재하려는 것이다.
끝으로, 한일 간 균형 있는 협력 의지가 필요하다. 전후 일본은 전수방위 체제에 엮여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의 해공군 기지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해 최혜국대우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 전수방위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
이 점은 아이러니한 현상이기도 하다. 한일 간 군사무기와 동북아 안보전략 분야에서 완전한 균형을 아닐지라도 상호 견제와 협력 관계를 갖추어 지역 평화를 위해 광범위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북중러의 굳어지고 있는 연합전선에 대비하는 자세다. 한미일 삼각연합 전선을 유지하면서 견고하게 다지는 3국 간 외교안보 진전에 대한 새로운 역사 인식이 절실하다. 이 정신이 역사 속으로 잊히지 않도록 협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3국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