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항만 검수 자동화… 지역 영세 산업 문 닫을 판
두바이 DP WORLD 지분 66%
PNC터미널, ‘QC OCR’ 서비스
신항 컨테이너 작업 원격 대체
부산 6개 검수업체 생존 위기
근로자 실직·보안 취약 우려
“지역 상생 외면한 일방적 추진”
글로벌 외국 기업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부산항 신항 PNC터미널(부산신항만주식회사)이 국내 항만 보안과도 관련된 검수업까지 사업을 확장하려 해 반발이 거세다. 사실상 항만 자동화 추세를 빌미로 지역 중소 산업까지 진출해 상생을 저버린 처사라는 비난이 나온다.
부산항 신항 2부두 운영사인 PNC터미널은 최근 다음 달 1일부터 ‘QC OCR’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선사들에게 통보했다. 이 서비스는 갠트리 크레인(QC)에 OCR(광학 문자 인식)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장착해 원격으로 컨테이너 세부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존 검수업계가 해오던 컨테이너 봉인 여부를 비롯해 크기, 종류, 위치 등의 확인 작업을 대체하는 셈이다. PNC터미널 측은 검수업계와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 비용도 선사 측에 부과한다. 선사가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기존 검수사들은 양하(배에서 짐을 내림) 과정에서 컨테이너 봉인 번호 정도만 확인하게 된다.
지역 검수업계는 글로벌 기업의 무차별적 사업 확장에 생존이 위협받는다며 배수진을 친다. PNC터미널은 두바이의 DP WORLD가 지분 66%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DP WORLD그룹은 두바이항, 로테르담항 등 세계 70여 개 항만을 운영하는 글로벌 대표 항만 물류 기업이다. 검수업계는 QC OCR이 한번 도입되면 다른 터미널도 잇따라 기술 개발에 나서 장기적으로는 관련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고 호소한다. 또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검수업계와 협의를 거치지 않아, 지역 산업에 대한 무시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현재 부산에는 6개 검수업체에 1200여 명의 근로자가 종사한다. 전국적으로는 37개 업체, 2500여 명의 근로자가 있다.
외국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터미널이 과도한 검수까지 맡게 되면 항만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검수업계와 세관 간 협력 고리가 약해져 밀수 등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PNC터미널은 서비스 도입 취지로 근로자 안전사고 방지와 항만 자동화 추세를 든다. 이번 서비스가 크레인 등 항만 장비가 오가는 현장에서 인명 사고 리스크를 줄일 근본 대책 중 하나라는 것이다. 더불어 QC OCR은 검수업이 아닌 정보 제공 서비스라고 반박한다. PNC터미널 관계자는 “해외 항만은 검수업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고 봉인 번호도 거의 체크하지 않는다”면서 “검수업계와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전 협의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검수업계는 QC OCR 서비스가 관련 법에 규정한 검수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가 공인자격증을 가진 검수사가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안전 문제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맞선다. 항만운송사업법에 따르면 검수 사업은 선적 화물을 싣거나 내릴 때 화물의 개수를 계산하거나 화물의 인도인수를 증명하는 일이다.
한국검수검정협회 박중칠 부산지부장은 “국내 첫 완전 자동화 부두로 불리는 신항 7부두(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도 크레인 중간에 검수 장소를 별도 마련해 검수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안전 사고를 예방했다”면서 “이번 서비스 도입은 상생 없는 이익 증대 행위로, 이로 인해 제3자에 의한 공정한 검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협회는 최근 부산해수청에 QC OCR 도입 제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향후 지역 검수업계 노사와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