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부산 ‘오페라 풍년’의 이면
문화부 선임기자
봄가을에 비해 여름철 클래식 공연계는 비수기로 통한다. 더욱이 8월은 대형 공연장 개보수 등으로 대관 업무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공연장 수급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올여름 부산의 오페라 공연만큼은 풍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그렇다.
을숙도문화회관은 지난달 제10회 을숙도 오페라축제를 맞이해 4개의 작품을 지역 민간 오페라단 협업으로 무대에 올렸다. 전년도 10월에 했던 축제를 7월로 앞당겼다. ‘마술피리’(부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라 트라비아타’(부산예술오페라단), ‘팔리아치’(드림문화오페라단), ‘세비야의 이발사’(나눔오페라단)가 공연됐다.
해운대문화회관은 소규모 극장에 맞게 각색·구성한 4개의 오페라 작품을 제2회 피콜로 오페라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개최했다. 역시 네 개의 민간 오페라단과 협업해 ‘라 트라비아타’(부산예술오페라단), 창작오페라 ‘물의 아이’(영아츠컴퍼니), ‘피가로의 결혼’(프로젝트오리지널), 영미오페라 ‘그 남자 그 여자 & 이상한 네일숍’(아트내상스)을 7, 8월에 걸쳐 선보였다.
부산오페라단연합회도 제2회 부산소극장오페라축제라는 이름으로, 7, 8월 2개 작품을 올린 데 이어 오는 10월까지 공연한다. ‘돈 파스콸레’(부산캄머오페라단)와 ‘코시 판 투테’(올웨이코리아오페라단) 공연이 끝났고, ‘피가로의 결혼’(온누리오페라단)과 ‘사랑의 묘약’(아지무스오페라단)이 남아 있다.
두 달여 동안 무려 10편의 오페라가 올라간 부산 무대를 생각하면 일단 놀랍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오페라 제작 재원을 들여다보면 그 실상은 더욱 적나라하다. 을숙도문화회관의 경우, 네 작품 중 두 단체는 각각 2500만 원, 나머지 두 단체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맞춤형 중소규모 콘텐츠 유통’ 사업에 선정돼 7100만~723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해운대문화회관은 4개 팀에 총 5000만 원을 지원했다. 팀당 1500만 원씩 3개 단체에 나가고, 1개 단체는 500만 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금 3000만 원씩을 보태 각 팀이 3500만~4500만 원으로 한 편의 오페라를 만든 셈이다.
부산시나 대구시 등에서 제작하는 오페라 시즌 전막 작품 한 편에 3억~4억 원가량 들이는 데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물론 예산이 전부는 아니지만, 오페라 예술에서 재원 비중은 작품의 질에 비례하기에 클 수밖에 없다. 다양성과 대중성 측면에서 여러 형태의 오페라가 시도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작품 완성도 측면에서 이대로 좋은가 싶은 고민이 생기는 지점이다. 그래도 ‘종합예술의 꽃, 오페라’인데 말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