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에 목맬 수밖에 없는 현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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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진 경제부 차장

최근 박형준 부산시장이 여야 지도부는 물론 소관 상임위 위원들까지 접촉하고 있다.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연내 제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특별법은 지난해 말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불발 직후 민심 달래기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을 찾아 각종 지원책을 약속하면서 처음 제안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부산이 남부권의 거점 도시가 되어야 한다”며 북항재개발 사업과 특별법 제정 추진을 약속했다.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특별법을 두고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다들 특별법 통과에 기대를 걸었다.

물류와 금융을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산업생태계로 제조업 중심의 부산 산업지형을 탈바꿈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상공계는 부산형 복합리조트 설립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법 제정을 크게 환영했다. 10년간 논의에만 그친 데다 관련법 미비로 대규모 외자 유치 기회마저 놓친 지역 상공계로선 특별법이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여야 이견이 없어 국회 통과가 무난할 것이라고 했던 특별법은 21대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끝내 폐기됐다. 지역 여야 의원들이 힘을 모으고 시민·상공계까지 나서 힘을 실어준 특별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에 지역민의 상실감은 실로 엄청났다.

이에 여야 지역 국회의원들은 다시한번 합심해 22대 국회에서 특별법을 재발의했다. 문제는 정부 부처와 논의를 거치면서 21대 원안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는 점이다. 각종 지원·특례 문구가 ‘해야 한다’에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특히 원안에 있던 ‘복합리조트’라는 단어는 모두 삭제됐다.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 받던 부산형 복합리조트는 추진도 전에 중단 위기를 맞았다. 일본은 법까지 개정해 자국 첫 오픈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오사카에 짓고 있다. 특별법을 토대로 오픈카지노를 운영 중인 강원도와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잇따라 조성한 인천은 오사카의 행보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복합리조트 유치 단계부터 막힌 부산으로선 앞서가는 도시들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무늬만 특별법’이라는 지역 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을 만큼 통과 자체에 집중했음에도 특별법은 22대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조차 못하고 있다. 여야 극한 대결이 지속되면서 지역 관련 법안이 찬밥신세가 된 탓이다.

지역에서 특별법 제정에 목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먹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1972년부터 20년 넘도록 지역 기업에 지방세를 중과하고 제한정비지역 지정으로 공장 신설을 억제한 정부의 정책 탓에 한때 한국 경제를 이끌던 부산은 정책 전환 이후에도 줄곧 내리막길 신세다. 설상가상으로 부산시는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했다. 지난달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 결과 광역시 소멸위험지역 8곳 중 절반을 부산이 차지하는 상황은 떠나가는 청년을 붙잡지 못한 제2 도시의 초라한 현실이다.

특별법은 지역 특혜가 아닌, 국가균형발전과 직결돼 있다. 지역 사회가 특별법에 끊임없는 관심을 표명하고, 법 제정과 관련한 거대 야당의 홀대를 강력 비판하는 것은 지역의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노인과 바다‘만’ 있는 도시가 아닌 노인과 바다‘도’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이니셔티브로서 특별법은 지역민들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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