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 겸허한 자세를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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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대통령 지지율 20%대 머물러
민주당 지지도 여당보다 낮아

윤석열·이재명 싫은 국민 많아
오만과 불통이 거부감 일으켜

몸 낮춰 협치·통합에 노력해야
달라진 모습으로 희망 주기를

불과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1%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인 지지율이 나왔다. 응답자들이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고물가와 소통 미흡, 거부권 행사,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이 꼽혔다. 특히 대통령의 독단과 불통이 여전하다는 국민 인식이 매우 낮은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뤄진 같은 조사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이 21%에서 26%로 살짝 올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달 말보다 2%포인트 하락한 27%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의 30%에 비해서도 3%포인트 낮다. 이 같은 수치는 민주당이 22대 국회 시작부터 절대다수 의석의 힘으로 상임위원회를 독식하고 쟁점 법안 입법화를 밀어붙이며 정쟁화하는 걸 국민들이 곱지 않게 바라보기 때문일 테다. 국민 상당수는 경제 발전과 민생 안정을 위해 국회 정상화와 여야 협치를 바라고 있다. 저조한 민주당 지지도를 이재명 대표 지지율로 봐도 무방하다. ‘이재명당’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이 대표 일극체제로 사당화한 민주당이어서다.

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미국인 4명 중 1명, 즉 25%는 두 후보 모두에게 거부감을 느낀단다. 미국 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14일 발표한 조사 결과다. 대권을 다투는 두 사람 간 비방전이 갈수록 가열되면서 국민들의 반감을 키우는 탓이다.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 대표는 어떨까. 필시 두 지도자를 다 싫어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비중은 미국의 경우보다 훨씬 높지 싶다. 각각 30% 아래 바닥권인 윤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도를 볼 때 이 같은 생각이 든다.

실제로 택시기사와 자영업자, 직장인 같은 서민층한테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비호감이란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오만하며 속이려 든다는 게 그 이유다. 주권자인 국민을 얕잡아 보거나 우습게 아는 듯한 두 권력자의 태도에 잔뜩 뿔난 사람이 많은 실정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 리더십이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사실만 봐도 입증된다.

이달 들어 윤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반등한 건 국정운영을 잘해서가 아니다. 거대 야당의 일방적 독주로 국회가 파국으로 치닫고 이 대표가 당내 권력을 독식하는 데 따른 반발 효과 덕택이란 분석에 무게가 기운다. 대통령이 “난 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착각이다. 그래선 안 된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직후 민의를 존중한 변화와 국정 쇄신을 약속했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거나 궁금하게 여기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와 채 상병 사건 의혹 규명에 소극적이다. 인적 쇄신을 위한 개각도 당초보다 대상이 축소되고 시기마저 늦어지고 있어 실망감을 안긴다.

이 대표는 거만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다. 총선에서 선거 혁신을 희망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비위 인사를 포함한 부적격자와 친명계 후보를 대거 공천했다. 당선된 이들을 호위무사로 삼아 쌍방울 대북 송금,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등 자신이 관련된 사법 리스크를 막으려는 방탄 국회를 만드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과정에서 자기변명과 독선을 위해 검찰·법원뿐 아니라 언론을 공격하고 비하하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당 대표 연임과 대권 도전을 노린 당헌 개정으로 견제와 균형 원칙도 허물어 버렸다. ‘여의도 대통령’이란 빗댄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권력의 정점에 선 두 지도자는 지지율이 형편없는 원인을 살펴볼 일이다. 문재인 정권이 안하무인식 ‘내로남불’로 일관하다 2년여 전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두 달 넘도록 20%대에 머문다. 국정운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추진하는 정책마다 불신을 사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달 3일 발표한 동해 유전 시추계획에 쏟아진 의구심, 19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내놓은 저출생 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단적인 예다. 민주당 내부에선 고위 당직자의 “당의 아버지는 이재명”이란 도 넘은 아첨까지 등장했다. 사당화가 극에 달한 셈이다.

꽃이 피기는 힘들어도 지는 건 순식간이다. 권력의 맛에 도취해 초심을 잃고 오만함을 버리지 못하면 나락의 길이 기다릴 뿐이다. 어렵게 오른 정상의 자리에서 겸손과 미담으로 인기를 더해 가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 시건방진 처신으로 철창신세로 전락한 김호중 사례가 교훈이 될 만하다. 겸허한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협치와 사회통합에 힘쓰는 여야 최고 지도자. 이같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대다수 국민의 소망이다. 이에 부응하는 게 민심을 얻는 길이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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