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거대 양당제 고착화한 4·10 총선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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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민주당, 압승 결과 믿고 입법 독주 강행
여야 득표율 격차는 5.4%포인트 불과

1위만 뽑는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탓
민의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왜곡돼

거대 양당제만 공고해지는 결과 낳아
여야 간 협치·선거구제 개편 논의 절실

이달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야당의 압승, 여당의 완패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전체 300석의 과반을 훨씬 넘는 175석을 차지했다. 조국혁신당 같은 범야권까지 감안하면 192석으로 늘어난다. 반면 여당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를 포함해도 108석에 그친다.

압도적인 성적표에 고무된 민주당은 총선이 끝난 지 보름도 안돼 또다시 절대다수 의석의 힘을 동원해 입법 독주 행태를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열어 민주유공자법 제정안과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도록 요구하는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전자는 ‘운동권 셀프 특혜’ 소지가 있어 여권은 물론 국민 상당수가 반대할 정도로 논란을 빚는 사안이다. 후자는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것으로, 본사·점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갈등 해소를 위한 숙의와 신중한 입법이 요구된다. 앞서 18일 본회의로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등 5개 법안에 이어 야당의 두 번째 단독 처리다. 민주당은 다음 달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2대 국회에서 논의해도 괜찮을 쟁점 법안들 통과를 21대 국회 막바지에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은 입법 강행을 위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들겠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 여당의 무능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민주당의 승리로 귀결됐다는 분석은 맞는다. 하지만 야당이 확보한 의석만큼 국민이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해석하는 건 민의를 잘못 읽은 게다. 다분히 독선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전국 지역구 161석을 휩쓸게 지지한 유권자는 민주당 후보들에 투표한 50.45%다. 겨우 절반을 넘겼다. 이와 5.4%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45.05%의 유권자는 민주당보다 71석이나 적은 90석을 얻은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표를 줬다. 민주당이 한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자만 당선되고 나머지 후보를 선택한 표는 모두 사표가 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덕을 톡톡히 본 것뿐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총선 민심을 빙자해 입맛에 맞는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는 데 치중하며 여당과의 대화와 협치를 잊은 듯한 민주당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4·10 총선은 정치 개혁과 민생 안정을 외면한 채 여야 간 정쟁으로 일관해 정치 불신과 혐오감을 키운 정치권과 국회를 준엄하게 심판하지 못한 꼴이 됐다. 여야는 선거 과정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 쇄신이나 유권자가 기대한 비전·정책 대결 없이 친윤석열·이재명계 후보나 부적격자 공천, 사생결단식 상호 비방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각각 180, 103석을 나눠 가진 21대 국회와 흡사한 구도를 만든 이번 총선으로 거대 양당제만 공고해진 셈이다.

거대 양당 간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지금 상태라면 22대 국회는 정쟁이 더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양당이 당리당략으로 사사건건 충돌하고 극단적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일부 강성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오랫동안 대치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22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와 경제 위기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해외에선 국내 정치 분열로 인한 한국경제 기적의 종언과 인구절벽에 따른 국가소멸을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는 터라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난과 민생고는 뒷전인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과 군소정당이 끼어들 틈이 없는 정치 양극화. 현행 소선거구제가 낳은 거대 정당제의 심각한 폐단이다. 소선거구제는 풍부한 인재풀과 자금력으로 당선자를 대거 배출할 수 있는 여당과 제1야당에 유리하다. 특히 이번 총선이 증명하듯 적은 득표 차이로도 큰 의석 차가 생길 수 있어 문제다. 부산의 경우 민주당은 18개 지역구에서 45%대를 득표하고도 1석만 건졌다. 이처럼 특정 권역에서 지역구 1위가 많이 나온 정당이 의석을 싹쓸이할 수 있어 특정 지역의 일당 지배체제를 초래하기 일쑤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보면 유권자들이 여당에 탄핵·개헌 저지선인 100석가량을 보장한 건 여야의 협치 노력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지 싶다. 야당은 기고만장하지 말고 여권은 겸허한 자세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민 삶을 잘 챙기는 데 머리를 맞대라는 명령이다. 민주당은 무리한 입법 폭주를 멈추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할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과 밀린 민생법안들부터 시급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여야는 협치와 정치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소선거구제 개편을 적극 검토할 일이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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