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쇼에 가려진 드론 추락사고, 이번이 처음 아니었다
1일 광안리 드론쇼서 2대 추락
관람객 1명 발가락 타박상 입어
그동안 유사한 사고 5차례 발생
인도로 추락할 땐 인명사고 우려
행사 주관 수영구청 숨기기 급급
안전대책 없이 행사 강행해 논란
올해 첫날인 지난 1일 새벽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린 대규모 드론쇼 행사 중 드론 2대가 떨어져 관람객 1명이 다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날 사고 이전에도 수차례에 걸쳐 드론 추락이 있었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관할 지자체는 숨기기에만 급급한 채 안전대책 마련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산 수영구청에 따르면 1일 광안리해수욕장에서 ‘2023 카운트다운 광안리 M드론라이트쇼’ 행사가 열렸다. 이날 0시께 드론 1대가 바다로 떨어졌고 이어 5분 뒤에는 또 다른 1대가 인도 쪽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광안리해수욕장 테마거리에서 드론쇼를 구경하던 관람객 1명이 발가락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 관람객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현재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행사엔 드론 1500대가 투입돼 국내 드론쇼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날 사고는 공연 중이던 드론에 이상이 생겨 긴급 강하하던 중 발생했다. 이상 정도가 심했던 1대는 수직 강하해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다른 1대는 최초 이륙 위치로 복귀하던 중 복귀 불능 상태가 됐고, 그 상태로 지면 가까이 이동하던 중 관람객의 발에 부딪혔다.
문제는 드론 추락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매주 주말 광안리해수욕장에서 ‘M드론라이트쇼’가 열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비슷한 추락이 일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드론쇼 행사를 진행하는 드론업체는 “이날 행사와 유사한 드론 추락이 5회 정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업체에 따르면 비행 중이던 드론에 이상이 생기면 센서의 이상 여부에 따라 원위치 복귀 등의 조처가 이뤄진다. 만일 이상 정도가 심한 경우 인명사고 예방을 위해 의도적으로 동작 종료 후 수직 강하 명령을 내려 드론을 바다로 떨어뜨린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다섯 차례에 걸친 추락은 바다 쪽에서 일어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연 중인 드론이 바다로 강하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로 추락하게 된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드론 자체 무게와 추락 시 가속도로 인해 사람에게 부딪히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광안리 드론쇼에 사용되는 드론의 크기는 가로 40cm, 세로 40cm, 높이 15cm에 무게는 0.95kg이다. 드론은 최대 150m 높이에서 공연한다. 인명 사고 예방을 위한 ‘드론 낙하산’ 등의 안전장치가 있지만, 광안리 드론쇼에 사용되는 드론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 (사)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회장은 “무게 1kg 정도의 드론이 지상 150m 높이에서 떨어지면 2t의 충격이 발생한다”며 “얼굴 등 신체에 떨어질 경우 심각한 부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고에도 행사를 주관하는 수영구청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관람객에게 충분히 안내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청은 현재까지도 이전의 수직 강하 횟수와 당시 취해진 안전 조치, 드론 이상 작동 실태와 운영 등에 대한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확한 강하 지점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쉬쉬하고 있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계 점검 등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할 예정”이라며 “드론업체 역시 더 안전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프로그램 정비를 다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