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김문수·오세훈·홍준표 등
중도 확장·명태균 게이트 우려
경험·경륜 갖춰 대선주자 주목
타 지자체장 등 출마 요청 쇄도

박형준 부산시장이 2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드론 전시회 및 콘퍼런스 ‘DSK 2025(드론쇼코리아)’에 참석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박 시장이 출마할 지 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린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박형준 부산시장이 ‘조기 대선’ 경쟁에 뛰어들까? 이 물음에 관심을 갖는 정치권 인사들이 늘고 있다. 최근 박 시장에게는 각계 각층의 출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역대 부산시장 중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인물이 없었긴 하지만, 비단 이런 요청은 부산권역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심지어 한 지자체장은 반 공개된 자리에서 “출마하시면 발 벗고 돕겠다”고 말해 박 시장이 난처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시장을 향한 잇단 출마 요구의 배경은 현재 거론되는 ‘보수 잠룡’들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일약 지지율 1위로 부상한 ‘강경 보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경우, 중도 확장성의 한계가 여실해 보이고, ‘탄핵 찬성’ 입장인 온건 보수파 중 선두 격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명태균 게이트’에 자꾸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책 출간으로 출마 시동을 건 한동훈 전 대표는 탄핵 대응 과정에서 당내 인심을 크게 잃어 보수 분열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지층의 우려가 크다.

한 정치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조기 대선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를 민주당 후보로 상정할 경우, ‘제대로 된’ 보수 후보만 내세운다면 정권 재창출도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런 후보를 배출하기 여의치 않다는 게 ‘광장 보수’에 가려진 침묵하는 보수의 고민 지점”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출마를 요청하는 인사들의 논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의 실패는 정치 경험 없는 ‘깜짝 스타’의 집권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새삼 일깨웠고, 경험과 경륜이 차기 지도자의 1순위 덕목으로 떠올랐다. 그런 점에서 교수, 시민운동가,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 등 박 시장 만큼 입법·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당내 ‘비토’ 여론이 없고, 지난 총선에서 보수 대통합을 이끌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보수 빅텐트’를 이끌 적임자라는 점 또한 박 시장 만의 특장점으로 거론된다. ‘썰전’의 보수 대표 토론가로 민주당 이 대표를 비롯해 어느 누구와 맞붙어도 논리와 이론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점도 ‘이기는 후보’를 바라는 보수 지지층에겐 매력적인 요소로 여겨진다.

부산 여권 관계자는 “조기 대선의 짧은 일정 속에서 박 시장이 단기간에 지지율을 높이긴 쉽지 않다”면서도 “순수하게 ‘역량’에만 주목한다면 박 시장에게 분명한 비교 우위는 있다”고 말했다.

이런 미묘한 시기에 박 시장이 27일 국회에서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차기 리더십’을 제시하는 강연에 나서 주목된다. ‘범보수 연결 플랫폼’을 지향하는 미래자유연대 창립 세미나 자리다. 박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으로 세계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는 위기 속에서 외교, 산업 혁신, 균형발전, 복지 등 6개 분야에 걸쳐 필요한 리더십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전례 없는 복합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리더십 혁신이 필요하며, 각 진영의 힘을 모을 수 있는 ‘합작형(collaborative)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오세훈·홍준표 시장을 비롯해 유정복 인천시장·김태흠 충남지사 등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대권 도전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아직 조기 대선이 확정되지 않았고, 현 상황에서 판단하자면 출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다만, 주변의 요구가 많아져 고심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 시장 주변에서는 헌재의 결정 이후 당내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