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어’ 망미주공, 현대·롯데 컨소시엄 가닥
건설업 불황 등으로 잇딴 무응찰
사업 지연 우려에 공동 도급 허용
입찰 문턱 낮추자 컨소시엄 입질
4월 시공사 최종 확정 발표 방침
남천동 삼익비치에 이어 부산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연산동 망미주공아파트(연산5구역) 재건축 사업에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의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나섰다. 지난해 시공사들의 잇딴 무응찰로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혔던 망미주공 재건축 사업이 앞으로 본궤도에 오를지 관심이 모인다.
연산5구역 재건축 조합(이하 조합)은 지난 21일 오후 2시까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입찰에는 현대건설을 주관사로 한 현대·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유일하게 입찰 참여 제안서를 제출했다. 조합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 입찰을 공고했으나, 건설사가 한 군데도 지원하지 않아 연거푸 유찰됐다.
관련 법상 정비사업 조합은 2곳 이상의 유효한 입찰을 받아 경쟁 입찰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1곳의 컨소시엄만 제안서를 낸 이번 입찰 역시 유찰로 처리하고, 22일 재공고를 냈다. 다만 재공고에도 현대·롯데건설 컨소시엄만 참여한다면, 이 컨소시엄이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연산5구역은 부산 지역 재건축 단지 가운데 규모가 두 번째로 커 사업비만 1조 4000억 원이 넘는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등 1군 건설사들은 현장에 수십 명의 홍보 요원을 배치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선뜻 나서지 않았다.
지역 부동산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 뛰어들지 않게 된 것이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 환율 급등 등으로 건설업 이익률이 대폭 하락한 데다 자칫 미분양이라도 발생한다면 공사 대금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연산5구역은 3200세대가 넘는 대단지로 개발되고, 생활과 교통 인프라 등이 우수해 부산에서는 사업성이 확보되는 단지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기에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 참여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공동 도급으로 사업에 뛰어들면 여러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반면 조합 입장에서는 단일 브랜드로 단지 고급화를 꾀하면 아파트 가치를 한층 상승시키고, 사업 진행도 발 빠르게 할 수 있다. 연산5구역 역시 이를 감안해 처음에는 단독 도급을 입찰 자격으로 내걸었으나,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조건을 대폭 완화해 공동 도급을 허용토록 했다. 부산 지역 정비사업장 곳곳이 시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강경호 조합장은 “단독 도급만큼이나 사업을 적기에,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르면 오는 4월께 시공사를 확정 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