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최소화 위해 정상들 앞다퉈 축하 메시지
취임 시간 맞춰 각국 축하 글
최상목, 트럼프 구호 활용해
“동맹 다시 위대하게”로 눈길
나토, 방위비 점진 증액 약속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앞다투어 축하 메시지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자국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시작하는 시간인 낮 12시에 맞춰 엑스(옛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게재했다. 최 권한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표현을 활용, “대한민국은 45대 대통령(트럼프) 때처럼 47대 대통령(트럼프) 때 ‘동맹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와 전쟁에서 미국의 지원 축소를 우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결단력이 있으며, 그가 발표한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은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장기적이고 공정한 평화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성공을 기원한다”며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기대한다.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압박을 받는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우리는 방위비 지출 및 생산을 가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힘을 통해, 나토를 통해 함께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 32개국에 요구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의 방위비 지출’의 점진적 실현을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전통적으로 가장 강력한 우방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일론 머스크와 마찰을 빚은 영국 노동당 정부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엑스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수 세기에 걸쳐 영국과 미국은 협력과 파트너십을 보였다. 독재로부터 세계를 수호했으며 공동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노력했다”고 취임을 축하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담은 축전을 보냈다고 버킹엄궁이 밝혔다.
이날 유럽 정상으로서 유일하게 취임식에 참석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을 과시해 온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엑스에 “양국 간 파트너십을 계속 강화해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처하고 우리 국민을 위한 번영과 안보의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탈리아는 미국과 유럽 간 대화를 강화하는 데 항상 전념할 것”이라고 적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별도의 취임 축하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다만 그는 이날 일선 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이 “유럽의 전략적 각성을 위한 기회”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약 우리의 미국 동맹국이 지중해에서 군함을 철수한다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전투기를 보낸다면 우리는 내일 유럽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반문하며 프랑스와 유럽이 진화하는 위협과 변화하는 이해관계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미국에 대한 유럽의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자강론을 펴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