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동시] 범선 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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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아

삽화=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삽화=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하굣길에 종종 마주치던

 하굣길에 종종 마주치던

 우석삼촌은

 기우뚱 기우뚱

 몸을 흔들면서 걸었다

 

 매번 삼촌 지나갈 적마다

 홍해 갈라지듯

 확 트인 골목 양 쪽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던 얘기들


 ㅡ교통사고였댔지?

 ㅡ응, 몇 년 안 됐어

 ㅡ가족들도 다 떠났대

 ㅡ요샌 폐지도 모으나봐

 ㅡ어제 리어카 끄는 거 봤어

 ㅡ젊은 사람이 에휴 쯧쯧쯧


 수군수군 출렁이는

 홍해의 물살 위로

 돛처럼 곧추세운 옷깃

 힘차게 펄럭이며

 장애인 구직신청서

 양 손에 꽉 쥔 채

 주민센터로 나아가는

 

 호호탕탕

 

 저

 

 범선 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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