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 가족 품으로 ‘영면’… 현장 수습 마무리 [무안 제주항공 참사]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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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176명 시신 유족에 인도
수색 작업 4일 사실상 일단락 돼
원인 규명 바라며 공항에 남기도
11일 유족 대표단 향후 대책 논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8일째인 5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울타리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편지와 물품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8일째인 5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울타리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편지와 물품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1주일 만에 현장 수색, 시신 인도 등이 일단락되고 참사 희생자 179명 대부분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다만 쉽게 가시지 않는 참사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의 추모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참사 현장 수색·수습 작업은 지난 4일 3차 수색을 마지막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일주일간 사고 기체 주변을 정밀 수색하고 형체가 남아있는 꼬리날개 부분을 들어 올려 추가 수색했다. 수색·수습 당국은 더는 수습할 것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공항 내 유가족 쉼터로 사용한 텐트(쉘터)는 100여 개를 남겨두고 절반가량 철거하기로 했다. 공항 대합실 정부 브리핑도 종료된다. 당국은 현장에서 수거한 유류품 800여 개 중 소유주가 확인된 204점은 유족에게 넘겨줬다. 나머지는 유가족에게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거나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유류품 등이 추가로 발견되면 유가족에게 별도로 전달될 예정이다.

희생자 179명 중 176명의 시신도 유족에게 인도됐다. 광주와 전남 해남 등에서는 희생자들의 발인이 이어졌다. 해남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한국에 사는 어머니를 만나러 여객기에 탔다가 희생된 태국인 대학생 A 씨의 발인이 치러졌다. A 씨의 유해는 국내의 한 추모공원에 안치된 후 고국 이송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영광과 광주 장례식장에서는 팔순 기념 여행을 떠났던 일가족 9명이 장례 절차를 시작했다. 유족들은 영광과 광주에 빈소를 마련해 친지들과 함께 가족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전남 해남과 순천에서는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희생된 전남도교육청 여성 사무관 5명의 장례가 치러졌다. 유족들은 고인들이 평소 사이가 돈독했던 점과 연고지 등을 고려해 일부 희생자를 같은 장소에 안치하기로 했다.

아직 장례식장에 안치되지 않은 희생자 3명도 시신을 인도할 준비는 이미 마친 만큼 조만간 모든 희생자가 장례를 치를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광주시는 영락공원 화장장 운영시간을 오전 8시~오후 4시에서 오전 7시~오후 5시까지로 2시간 연장했다. 전남 목포·순천·여수·광양·해남 등 5곳의 화장장도 24시간 가동할 계획이다.

비통한 마음으로 수습 상황을 지켜보던 유가족까지 개별 장례를 위해 자리를 떠나면서 현장 상황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공항 대합실에서 수습 절차를 기다리던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고인이 영면에 드는 발인까지 치른 유가족들은 저마다의 연고지로 흩어지고 있다.

다만 사고 원인 규명 등을 바라는 유가족들은 무안국제공항에 남아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장례를 마친 후 공항으로 돌아와 다른 유가족의 빈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인 규명 등 후속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공항을 다시 찾는 유가족의 수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여러 차례 당국의 수색에도 혹여나 활주로 인근에서 수거되지 못한 유류품·시신 편 등을 우려한다. 유가족 대표단은 대부분이 장례를 마치게 될 시점인 오는 11일 다시 무안공항에 모여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추모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에 차려진 합동 분향소 105곳에는 지난 4일 오후 10시 기준 28만 5060명이 방문했다. 무안공항에도 여전히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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