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대위 '투톱' 가닥...친윤 딜레마는 여전
국민의힘 비대위 '투톱' 체제 가닥
후보군 친윤·탄핵반대 성향 부담도
유승민·윤희숙 등 원외 인사까지 거론
이번주 의총 열고 비대위원장 후보 확정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 2명이 ‘투톱 체제’로 당을 이끄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적임자를 놓고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친윤(친윤석열) 색채에 탄핵 반대 성향을 띤 이들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또다시 ‘친윤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22일 여권에 따르면, 당 내부에서는 5선 김기현·권영세·나경원 의원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있는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외 인사까지 폭을 넓혀 후보를 물색하는 모습이다. 당초 권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당무와 원내 업무를 분리하자는 쪽으로 공감대를 쌓으면서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뽑는 방향으로 선택지를 좁혔다.
지난 20일 재선·3선·4선 의원들은 선수별 모임을 갖고 이같은 투톱 체제에 더욱 힘을 실었다. 재선 모임 간사인 엄태영 의원은 “‘원 마이크’보다는 ‘투 마이크’가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석기 의원도 3선 의원 모임을 마치고 “비대위원장이 할 일이 많은데, 원내대표가 혼자 할 경우 업무 과부하가 걸린다”고 밝혔다. 초선 의원들도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분리하는 것이 낫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3선 의원 모임에서는 권영세·나경원 의원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4선 의원들은 구체적인 인물을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경험 많은 원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재선 의원들은 권 권한대행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권 권한대행은 마지막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아직 가닥을 못 잡았다. 이런저런 의견이 대립해서 고심 중”이라며 “당내·외 인사를 가리지 않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에 더해 원외 인사 기용까지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원외 인사까지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지만, 당내 의원들은 “현재는 원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할 시점”이라며 원외 인사 기용설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후보군이 ‘친윤 색채’가 강해 여론을 고려해 원외 인사를 물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 ‘투톱’ 모두가 친윤계 또는 탄핵 반대 성향의 인물로 채워지는 데 부담감을 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비대위가 당의 혁신을 이끌기 위해 개혁적인 성향의 원외 인사가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당 쇄신과 혁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이번 기회에 파격적인 인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여권 일각에선 유승민 전 의원도 언급된다. 유 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나와 “지금 이 당의 모습이 완전히 망하는 코스로 가고 있다”며 “저는 정말 바꾸고 싶다. 이 당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엄청 강하다”고 말했다. 윤희숙 전 의원의 이름도 나온다. 권 권한대행은 최근 윤 전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지만, 그는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외 인사 기용 카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당 지지층 반발로 당 균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원외 인사가 지휘봉을 잡을 경우 한동훈 전 대표처럼 당내 인사와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 권한대행은 이번 주말 중 여러 인사들을 접촉하며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오는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