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빈집 실태 양지로 끌어내고 관련 법·제도 정비 서둘러야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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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빈집 정비 혁신 대책 발표

통계 있어야 매입·철거 추진 가능
전쟁·피란 원인 빈집 특수성 고려
정부 차원 특별법 지원 촉구 필요

21일 부산시 하성태 주택건축국장이 ‘제47차 비상경제대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형 빈집 정비 혁신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21일 부산시 하성태 주택건축국장이 ‘제47차 비상경제대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형 빈집 정비 혁신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빈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1일 열린 ‘제47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정확한 부산의 빈집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하며, 장기적으로 빈집을 매입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빈집 철거나 매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정부 차원의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의대 신병윤 교수는 “인구 소멸로 팽창 도시에서 축소 도시로 도시 계획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며, 빈집을 개발하면 일시적으로 그 공간을 채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빈집을 비워내고 마을 창고나 주차장 등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의과학대 이병욱 교수는 “빈집은 유지·관리가 안 돼 문제가 된다. 빈집 활용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결국 빈집은 모두 철거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허술하고 부실한 빈집 통계와 한국전쟁과 피란 등 부산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발생한 무허가 빈집 문제를 지적하며, 정확한 빈집 실태 파악과 이러한 역사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축공간연구원 한수경 부연구위원은 “정부와 부산시, 일선 지자체의 빈집 통계의 차이가 큰데, 무허가 빈집 등 빈집 유형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중요하며, 노후 주택이 빈집이 될 경우 소유자가 의무적으로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빈집 SOS 지수’를 활용해 빈집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한 잠재적 빈집 관리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싸이트플래닝 한영숙 대표는 “무허가 빈집이 이렇게 밀집한 도시는 전국 어느 곳에도 없다”며 “도시재생과 빈집 정비 등 공공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빈집 정책은 한계에 봉착한 만큼, 정부가 부산의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빈집 SOS 지수’를 통해 주거 수요가 사라진 한계 마을은 타 지역으로 거주를 유도하고, 민간 부문의 다양한 빈집 활용 방안도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지건축 장유경 전무는 “정부는 5년마다 빈집 조사를 하는데, 무허가도 빠져 있고 그 사이 빈집이 급증해 정확한 실태를 보여주지 못한다”며 “부산시에서 1~2년마다 빈집 조사를 해야 정부 지원과 법·제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연구원 오재환 부원장은 “실태 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빈집 SOS 지수’를 이용해 빈집 발생 징후 예측 모델을 만들고 빈집 발생 유형별 대책을 모색하는 연구 과제를 내년에 추진한다”며 “심각한 부산의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산일보〉의 ‘빈집 SOS’ 기획 보도 등을 통해 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국부동산원 김남성 산업지원본부장은 “정부 빈집 TF팀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국가 차원의 빈집은행 개설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확한 빈집 실태 파악, 소유주의 자발적 정비 유도, 빈집 철거 시 행정력 보완 등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 방안을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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