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반짝 특수’ 기대… 장기 불확실성 우려 [트럼프 2기, 부산 경제 격랑]
[트럼프 2기, 부산 경제 격랑] 3. 해양·조선기자재
군함·선박 건조 능력 등 인정 받아
LNG운반선 신조 시장 호황 기대
관세 강화 예상 수요 감소 가능성
미중 갈등 심화 땐 부산항에 타격
항만·해운업 분위기는 살얼음판
미국 정책 변경 새 기회 전망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 대선 승리 뒤 부산 경제 대부분의 분야에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나마 기대감이 나오는 곳이 조선 관련 분야다. 1998년 경남 거제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먼저 협조 요청을 했다.
통화 이후 한화오션이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마치 트럼프발 조선업 특수의 신호탄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조선업의 기대감이 구체화한 것이 LNG운반선 수주 가능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1월 미국의 LNG수출시설의 신규 건설 승인을 잠정 중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LNG 수출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LNG운반선 신조 시장이 5년 이상 호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조선업의 활력은 자연스레 부산의 조선기자재를 비롯해 통영·거제 등 남해안 조선 벨트에 훈풍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업계 내부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감보다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부산의 한 조선기자재 업체 대표는 “조선시장이 활황이며 당연히 지역 경제에 좋겠지만, 지역마다 편차는 있다”며 “지금도 조선사는 3년 치 슬롯이 대부분 차 있는데, 부산 실물 경기는 대형 조선사와 다른 면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K-조선’에 관심은 있지만, 딱히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우리의 조선산업과 컴퓨터 산업을 가져갔다”며 유세 중에 경계심을 드러낸 이도 트럼프다.
트럼프 2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조선업에 부정적인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20% 보편적 관세,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강화는 무역량 감소로 이어진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세계 해운 수요가 약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재집권 기간 동안 선박 수요가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항만과 해운업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더 불안하다.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이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면,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미중 간 무역 장벽이 세워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부산항은 미중 무역 경로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집권 뒤 2026년부터 본격적인 관세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2025년 해운 수요는 5~10% 늘고, 관세 인상 전 운송 물량 집중 효과로 최대 15%까지 해운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인도 나아가 유럽까지 새로운 교역 루트 개척에 나서면 오히려 부산항에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 따라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쓰면 원자재 수요가 늘어 물동량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시나리오다.
선사들도 석유와 LNG를 확대하려는 트럼프의 정책에 선뜻 장단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2기 동안 친환경 선박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미국 내 석유·천연가스 생산이 증가하면 연료 가격이 하락해 운영비 절감도 가능하다.
하지만 또 다른 거대 시장인 EU는 오히려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도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0’을 목표로 하는 등 친환경 정책은 거스르기 힘든 세계적 흐름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기준에 맞춰 선사를 운영하면, 자칫 유럽 시장을 놓치고 포스트 트럼프 시대엔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산업정보센터는 ‘트럼프 2.0 시대와 해운산업에 대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중국의 원자재 수요 증가를 준비하고, 장기적으론 교역량 감소에 따른 중장기적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관련 업계에 치밀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