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떠난다" 선언…하이브에 '풋옵션 대금' 소송 제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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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왼쪽)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하이브 제공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왼쪽)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하이브 제공

걸그룹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20일 사내이사에서 사임하고 어도어와 하이브를 떠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하이브를 상대로 또다른 법적 다툼에도 나섰다.


민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한다"며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을 해지하고, 하이브에 주주 간 계약 위반사항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하이브와 그 관련자들의 수많은 불법에 대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나하나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 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아 독창적인 색감과 표현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어 지난 2019년 브랜드총괄(Chief Brand Officer·CBO)로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합류해 하이브의 용산 사옥을 설계하고 뉴진스 제작을 총괄했다.


하지만 올해 4월 하이브와 갈등이 불거지며 법정 공방이 시작됐고, 지난 8월 말 어도어 대표이사직에서도 해임됐다. 이에 대해 민 전 대표는 "지난 4월 하이브의 불법 감사로 시작돼 7개월여 넘게 지속되어 온 지옥 같은 하이브와의 분쟁 속에서도, 저는 지금까지 주주 간 계약을 지키고 어도어를 4월 이전과 같이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며 "그러나 하이브는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변할 기미도 전혀 없기에 더 이상의 노력은 시간 낭비라는 판단으로 결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숨통만 붙어있다고 살아있는 것이 아니듯 돈에 연연해 이 뒤틀린 조직에 편승하고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또 민 전 대표는 "하이브가 벌인 24년도의 만행은 케이팝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안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하이브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극에 달하여 더러운 언론플레이도 지속되겠지만 이제는 대중들마저 그 패턴을 읽어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라 걱정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억지 음해 세력과 언론이 있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고 법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 전 대표는 "제가 향후 펼쳐나갈 새로운 K팝 여정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면서 업계에 계속 종사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입장문 말미에는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정말 나빴다"고 덧붙였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4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4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하이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대금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이 풋옵션은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주주 간 계약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민 전 대표는 이달 초 하이브에 주주 간 계약에 따른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풋옵션 행사 시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다. 민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신 모 어도어 전 부대표와 김 모 전 이사도 같은 날 하이브에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하이브는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지난 7월 민 전 대표와 맺은 주주 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고, 법원에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의 소를 냈다. 반면 민 전 대표 측은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며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법정 공방에서 민 대표의 주장이 인정되면 그는 약 260억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공개된 어도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어도어 주식 57만3160주(18%)를 보유했다. 풋옵션 산정 기준 연도는 2022∼2023년으로 어도어의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22년 -40억원(영업손실 40억원), 2023년 335억원이었다.


이와는 별도로 민 전 대표가 이날 어도어·하이브와의 결별을 공식 선언하면서 가요계에선 이달 말 이후 뉴진스도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뉴진스가 내용증명을 통해 밝힌 요구 사항 가운데 매니저의 '무시해' 발언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두고 멤버들과 어도어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데다가, 사내이사 사임으로 민 전 대표의 복귀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 13일 하이브 산하 레이블 매니저의 '무시해' 발언 사과와 민 전 대표 복귀 등을 요구하며 14일 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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