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어느새 세 번째 겨울 “언제쯤 비극 끝나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000일
양국 현지 성탄절 분위기에도
장기화된 전쟁에 강한 피로감
미국 미사일 제한 해제 전환점
핵무기 등 러 대응 수위 관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9일(이하 현지 시간)로 1000일을 맞았다. 사흘이면 끝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초중반 그어진 전선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돌연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제한을 풀면서 전쟁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모습이다.
전쟁 뒤 세 번째 겨울을 맞이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트리와 진열된 산타 옷 등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그러나 사회 내부적으로는 장기화되는 전쟁에 강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러시아는 군인 임금을 포함해 군사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으며 드론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서는 “밤이 되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무섭다”는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을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하면서 사실상 교착 상태였던 전쟁에 균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배경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북한군 러시아 지원 파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현재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 탈환을 돕기 위해 러시아에 군을 파견했다. 약 1만 2000명 안팎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관건은 러시아의 대응 수위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8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장거리미사일 사용 허용)결정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새로운 상황을 의미한다”고 말했으며 의회에서는 미국이 “3차대전 시작을 부추긴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여기다 러시아는 핵무기 운용 전략을 규정한 핵 독트린(핵교리) 개정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 말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비핵국가이지만 핵 보유국의 참여 또는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 공동 공격으로 간주’,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장거리 미사일 허용 결정이 전세는 바꾸지 못한 채 갈등만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도 “이번 결정으로 전쟁 흐름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고 인정했다.
종전안에 대한 각 측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합병한 돈바스 및 노보로시야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즉시 평화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