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질식할 수도 있을까? [궁물받는다]
액션이나 재난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엘리베이터인데요. 영상 속 인물들은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격하게 몸싸움을 하거나 천장으로 올라가 몸을 숨기고, 와이어가 가닥가닥 끊어지다 결국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고장으로 갇혔을 때는 산소 부족으로 쓰러지는 장면도 심심찮게 나오는데요. 싸울 때는 튼튼한 무대가 되고, 재난 상황일 때는 가열차게 삐걱거리는 엘리베이터. 실제로는 어떨까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문의해 봤습니다.
-영화처럼 엘리베이터의 와이어가 끊어져 추락할 수도 있는가.
엘리베이터의 와이어 로프가 끊어지고 추락해 결국 폭발하는 장면은 영화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허구일 뿐이다. 와이어 로프는 여러 가닥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설사 모든 로프가 끊어지더라도 비상정지장치를 비롯한 과속조절기, 브레이크, 리미트 스위치, 완충기 등 겹겹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추락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승강기 설치 완료 이후 설치검사를 비롯해 정기검사, 부품교체시 실시하는 수시검사, 설치 후 15년이 되거나 중요사고가 발생한 엘리베이터에 대한 정밀안전검사 등 설계 설치단계부터 폐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승강기 안전관리법에도 승강기 관리주체는 매달 자체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 입력하도록 하고 있어 와이어로프 등 승강기 주요 안전부품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멈췄을 때 대응책은?
일반적인 엘리베이터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수직 교통수단이므로, 정전이나 갑작스러운 고장이 발생한다면 운행 중에 안전장치가 작동해 멈춰 설 수 있다. 만약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면 내부 비상통화장치나 핸드폰으로 구조를 요청하고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 또 현재 탑승한 승강기 위치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승강기번호가 엘리베이터 내부 버튼 주변에 부착되어 있으므로, 구조요청 때 불러주면 더욱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다.
-산소 부족의 가능성은?
정전이나 고장으로 인해 엘리베이터에 갇히더라도 산소 부족으로 인해 질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엘리베이터 안전기준에는 유효면적 1% 이상 환기 구멍을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산소 부족 현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손으로 문을 열었을 때 열리거나 고장 이후 갑자기 문이 열린다면.
엘리베이터에 갇힌 뒤 직접 문을 열고 탈출할 경우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많다. 특히 운행을 하다 비정상적으로 멈췄을 경우 승강장이 아닌 건물의 층과 층 사이에 멈출 가능성이 기 때문에 억지로 문을 열고 탈출하려다 승강장으로 추락할 위험성이 높다. 강제로 문을 열어서는 절대 안 되며, 구조를 요청하고 침착하게 기다려야 한다.
- 엘리베이터 아래 공간으로 떨어졌을 경우 바닥에 수평으로 누우면 기기가 내려왔을 때 압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데.
몇 년 전 미국의 한 대학교 연구팀이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영상으로 재구성해 공개한 적이 있다. 이 영상에서는 비슷한 사고 발생 시 ‘중앙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팔과 다리를 최대한 뻗어 드러누워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추락해 땅에 닿았을 때 신체의 모든 부분에 몸무게를 골고루 분산시켜 충격을 흡수시켜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고 바닥에 닿는 것은 아니며, 대학 연구팀 역시 ‘단순 연구일 뿐 엘리베이터가 추락할 확률은 0.000000015%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 엘리베이터 사고 원인은?
국내 승강기 운행대수는 모두 85만여 대에 달하지만 최근 5년간 발생한 승강기 중대사고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20년 86건을 기점으로 2021년 75건, 2022년 55건, 2023년 42건, 올해 6월 기준 19건 등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사고 42건을 원인별로 분석하면 이용자 과실 19건, 작업자 과실 5건, 관리주체 과실 3건, 유지관리업체 과실 4건, 기타 11건이었다.
- 엘리베이터의 수명은 어느 정도인지
엘리베이터 수명은 자동차 등 일반적인 교통수단과 마찬가지로 관리방법에 따라 다르다. 다만 설치검사를 받은 날로부터 15년이 지난 엘리베이터는 장기사용 승강기로 규정하고, 그 후 3년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정밀안전검사를 받은 후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21년이 지나 세 번째 정밀안전검사를 받는 승강기는 이용자 안전 확보를 위해 안전부품을 추가적으로 설치한 후 운행을 재개해야 한다.
-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어떻게 정해지나
엘리베이터 속도는 저속(45m/분), 중속(60~105m/분), 고속(200~300m/분), 초고속(360m/분 이상)으로 나뉜다. 이 속도는 설치될 건물의 용도, 층수, 구동방식 등을 고려한 제조사의 설계에 따라 정해진다. 설치 이후 속도를 변경할 경우 그 속도에 맞는 권상기와 과속조절기, 그에 따른 안전부품을 교체한 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수시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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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