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유권자 고민만 더 커진 고약한 보궐선거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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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정치부장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금정 보궐
첨예한 갈등에 정치권 피로감 더 커져

김건희 리스크·당정 갈등 무기력 여권
지지율 바닥, 보수텃밭 승리 확신 못해

1 대 17 총선 패배 복기 없는 민주당
부산에 메시지 없고 친문·친명 분열

10·16 재보궐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영남에서 유일하게 선거를 치르는 부산 금정에는 여야 지도부 방문이 잇따르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4월 총선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은 더 커졌다. 입법 독주를 멈출 줄 모르는 야당은 부산에 관심이 더 없어졌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당정 갈등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여권은 더 무기력해졌다.

기초단체장을 새로 뽑는 금정은 부산의 대표적인 보수 강세지역이어서 이번 전국의 재보궐선거에서 그리 주목도가 높은 지역은 아니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전국 선거 결과와는 달리 부산에선 국민의힘이 18개 선거구 가운데 17개를 휩쓸었다. 불과 6개월 만의 선거인데다 금정이 부산의 대표적인 여권 강세지역인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실제로 역대 선거에서 야권 바람이 거세게 분 2018년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여권이 금정에서 모두 압승했다. 지난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56.6%의 득표율로 민주당 박인영 후보(43.4%)를 13%포인트 넘게 따돌리며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시에 정부 출범 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르자 여권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전국 지지율도 30%를 밑돌기도 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 운영 평가에 대한 부정 응답 비율이 긍정보다 월등히 높다.

21대에 이어 22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법안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 후 법안 폐기’의 도돌이표 국회에 대한 피로감에 더해 특검법을 둘러싼 김건희 여사 리스크는 여야 표대결에서는 물론, 민심도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고 당정은 독대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사전 조율 없이 독대를 요청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먼저 흘리는 한 대표 측이나, 곧바로 불쾌한 반응부터 보이며 만남을 외면하는 대통령실의 한심한 모습에 지지층도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부산을 비롯한 PK(부산·울산·경남)는 지난 총선에서 여권에 개헌 저지선을 지켜준 구세주 같은 지역이었지만, 이 지역 민심도 예전만 못하다. 월드엑스포 유치와 산업은행 이전 등 이번 정부가 약속했던 부산 발전 공약 중에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최근엔 여권 일각에서도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국민의힘이 금정에서 패할 경우 여권의 자중지란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인천 강화까지 기초단체장 선거 4곳을 모두 패하는 경우 책임론을 둘러싼 당정의 갈등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부산에서의 민주당 상황도 국민의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여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쉽게 표를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전국적 완승에 도취된 탓인지, 참패 수준의 부산 선거에 대한 복기가 전혀 없다. 당시 수도권에 공을 들이며 부산은 외면했다. 산업은행 이전과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등 부산의 핵심 현안은 민주당 지도부에 철저히 막혔다. 18석 중 고작 1석을 건진 총선 이후 부산 민주당의 상황은 더 나빠졌다. 친명(친이재명) 일색의 지도부가 꾸려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도시였던 부산도 친명 색채가 강화되면서, 양 진영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친노·친문 일부는 이미 조국혁신당으로 노선을 바꿨고, 이 대표 사법리스크 현실화 이후를 고민하는 야권 인사도 부쩍 늘었다.

이 와중에 친명 핵심이자 지난 국회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최선봉에 섰던 김민석 최고위원은 최근 부산을 찾아 궤변 수준의 ‘책임 떠넘기기’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산업은행법 개정안 통과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뜬금없이 끌어들인 것이다. 국민의힘 당론인 산업은행법 개정은 김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지난 국회부터 수 년째 막혀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권 심판과 탄핵을 외칠 뿐 부산에 대한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6일 조국혁신당과 야권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여권과 맞대결이 성사됐지만, 단일화가 결코 본선 승리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이미 균열이 생긴 야권 지지층을 대거 투표장으로 향하게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부산 금정을 비롯해 인천 강화, 전남 영광·곡성 기초단체장 4명과 서울시교육감 1명을 뽑는 이번 ‘미니 재보선’은 누가누가 더 못하나 싸움이다. 당을 보고 판단하는 대다수 유권자들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고약한 처지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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