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산, 바이오필릭 시티로의 전환
김성훈 지음플러스 대표 프랑스 건축사(HMONP)
5월 ‘바이오필릭 시티 네트워크’ 가입
인간·자연 공존해 사는 도시환경 필요
도시와 공간이 중요 자산인 세계 흐름
개발 계획·디자인에 생태지구 도입을
부산만의 매력·브랜드 가치 높이는 길
지난달 11일 끝난 파리 올림픽에서 파리시는 새로운 경기장이나 관련 시설들을 만드는 대신 여러 도시 공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는 문화와 스포츠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경험의 장으로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처럼 도시와 공간이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것은 전 세계 도시 개발 및 계획의 동향이다.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는 무엇인가? 부산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도시와 공간의 계획 방식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부산시는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바이오필릭 시티 네트워크’ 회원도시로 인증받았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1984년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에서 생명의 바이오(Bio)와 사랑을 뜻하는 필리아(Philia)를 결합한 단어, 바이오필리아 개념을 도시계획에 접목한 모델이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개념으로, 자연 요소를 도시 공간에 통합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둔다. 바이오필릭 시티 개념을 적용한 훌륭한 사례로는 싱가포르 정원도시 개념, 프랑스의 15분 도시계획 등이 있다.
바이오필릭 시티가 도시 규모의 계획이라면, 바이오필리아에서 확산된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건축과 공간 스케일에 적용된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핵심은 직접적 자연과 간접적 자연 요소를 공간에 통합해 자연환경과의 연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편안함과 생리적,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적 자연은 식물, 물, 햇빛 등 자연의 물리적 요소를 포함하며, 간접적 자연은 자연의 형태와 패턴, 색상, 질감 등을 통해 구현된다.
특히 바다와 강, 산지 등 풍족한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부산은 바이오필릭 시티로서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산과 하천을 활용해 생태공원과 녹지공간을 확장하고 시민들이 자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의 도시이다. 또한 자연과의 접촉은 시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부산시는 바이오필릭 시티 도시계획과 함께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건축물과 공공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건물 옥상이나 발코니에 정원을 조성하고, 공원 내에 자연친화적인 놀이 공간을 설계함으로써 시민들이 자연 가까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 부산을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 수 있다.
필자는 부산시가 새로운 택지 개발이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때 바이오필릭 시티와 디자인의 개념이 적용된 프랑스의 생태지구 개념을 도입하길 권한다. 생태지구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관점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조직된 개발 방향을 지향한다. 또 콤팩트한 건축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높은 생태 면적률과 생물종 다양성을 확보한 정원과 공원을 포함한다. 건축물들은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계획에 기반해 다양한 건축미를 자랑하며, 생태 네트워크를 통해 조화로운 도시 경관을 형성하는 단순한 개발을 넘어 환경과 사람, 도시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생태지구 개념은 부산시가 고민하는 많은 재건축·재개발 구역에 적용될 수 있다. 각 지역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개발계획도 수립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고, 바이오필릭 시티 철학에 기반한 도시 및 공간계획을 추진하는 특별건축구역 지역을 지정해 부산만의 생태지구, 나아가 부산만의 바이오필릭 시티 브랜드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와 프랑스 파리 등이 바이오필릭 시티와 바이오필릭 디자인 도시로 나아가는 과정은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가 심각한 현대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 부산만의 공간적 가치와 자연조건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미래형 도시 개발로서 부산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따라서 부산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미래 지향적 도시 모델인 바이오필릭 시티로서의 가능성을 실현해 나가야 하겠다. 이런 노력이 부산을 더 매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형 도시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