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남의 영화세상] 이 영화의 의외성
영화평론가
남동협 감독 영화 '핸섬가이즈'
코미디, 오컬트의 절묘한 조합
유쾌하면서도 오싹한 점이 매력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아무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섰다가 넋을 놓을 정도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핸섬가이즈’가 바로 그런 영화다. 한순간도 관객들의 시선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정신없이 몰아붙이다가, 순식간에 긴장하게 만들어 혼을 쏙 빼놓는 영화. 남동협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 ‘핸섬가이즈’는 한바탕 소리 내서 웃게 만들다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등 당최 그 정체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제멋대로 만든 영화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철저히 계산된 연출로 풀어가고 있어 영화가 끝나고도 기분 좋은 유쾌함을 느낄 수 있어 보인다.
‘핸섬가이즈’는 세 개의 축으로 진행되는 영화다. 먼저 자신들이 핸섬하다고 생각하는 재필과 상구가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며 시골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발생하는 이야기가 영화의 한 축이다. 영화는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골조는 코미디다. 이때 코미디를 가능하게 하는 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재필’과 ‘상구’를 통해 가능하다. 누가 보아도 험상궂은 얼굴인데도 “나는 터프한 미남 스타일, 너는 섹시한 미남 스타일!”이라며 서로를 핸섬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형제는 무서운 얼굴 때문에 범죄자 취급을 받지만 도로에 죽어있는 염소 사체를 묻어주고, 물에 빠진 여대생을 구해주는 선량한 인물들이다. 험상과 선량이라는 낯선 조합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인 동시에 사랑스러움을 책임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평생을 모은 돈으로 구입한 집에서 행복만을 꿈꾸며 살아갈 줄 알았던 재필과 상구 앞에 날벼락 같은 일이 생긴다. 가만히 서 있기만 했을 뿐인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코앞에서 죽어 나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험악한 얼굴로 오해를 받아도, 친구 한 명 사귈 수 없어 외롭긴 했어도 누군가를 해쳐본 적도, 불법을 저지른 적도 없는 선량한 형제는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 그들은 단지 전원생활을 꿈꾸며 밤낚시를 즐기려고 했을 뿐인데 말이다.
두 사람을 범죄자라고 확신하는 인물은 시골 마을로 놀러 온 대학생들이다. 특히 그들은 자신들의 친구 ‘미나’가 재필과 상구에게 납치되었다고 확신하며, 그들을 습격하기 위한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연출도 재미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명언이 즉각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장면은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 내리는 현대인들과 겹쳐 묘한 여운을 남긴다. 재필과 상구가 코믹 요소를 담당한다면 대학생들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는 공포물로 분위기가 전환된다. 영화의 마지막 축은 오컬트다. 과거 외국인 선교사가 ‘바포메트’라는 악령을 봉인했는데, 그 악령이 두 사람의 새 집 지하에 봉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악령은 긴 시간 자신을 깨워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때를 노리고 있는데, 영화의 마지막 축은 바포메트가 일으키는 어두운 기운과 이상한 죽음들에 있다.
‘핸섬가이즈’는 세 개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코미디, 호러, 오컬트, 약간의 로맨스와 뮤지컬, 좀비물까지 다양한 장르가 담겼다. 어쩌면 영화가 정신없을 거라 예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서로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장르와 이야기가 비틀어져 긍정적 효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잔혹한 묘사와 유머가 공존하는 공포영화를 꺼려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과도한 설정이나 억지웃음을 짜내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터커&데일vs이블’이라는 원작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한국적으로 각색한 점도 독특한 장르영화로 완성하는데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