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카페 제동 건 남구청, 31층 아파트는 일사천리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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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이기대 앞 랜드마크 사업
경관위 심의 통해 ‘재심의’ 결정
주변 경관 고려 엄격한 기준 적용
고층 아파트는 심의조차 안 해

이기대 입구 부산 남구 용호동 973번지 일원 주차장 부지 전경. 옛 해상케이블카 주차장 사업지인 이곳에 아이에스동서가 지하 2층~지상 31층, 3개 동, 319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 남구는 이기대공원 일대에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등을 퉁해 세계적 문화예술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이기대 입구 부산 남구 용호동 973번지 일원 주차장 부지 전경. 옛 해상케이블카 주차장 사업지인 이곳에 아이에스동서가 지하 2층~지상 31층, 3개 동, 319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 남구는 이기대공원 일대에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등을 퉁해 세계적 문화예술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남구청이 불과 5년 전 이기대 인근에 건립하려던 5층 카페에 대해 엄격한 경관 심의를 진행해 제동을 걸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건설사 아이에스동서(주)가 최고 31층짜리 고층 아파트 단지 건립을 추진(부산일보 6월 7일 자 1면 등 보도)하고 있는 바로 그 자리다.


남구청은 당시 5층 건물에 대해 후면 경관, 즉 이기대를 가리지 않도록 높이를 조절하고 용호부두 재개발 상황도 고려하라며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반면 남구청은 현재 건설사가 추진하는 최고 31층 아파트 건립에는 경관 훼손 여부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13일 남구청 등에 따르면, 남구청은 2019년 제10회 경관위원회(경관위)를 열어 ‘용호부두 랜드마크 신축공사’ 사업 경관 심의를 했다. 경관 심의는 건축물이 주변 경관 자원과 조화를 이루는지 검토하는 절차다.

사업자가 남구청에 제출한 ‘경관 심의 신청서’에 따르면, 용호부두 랜드마크((주)엠엘씨메트로랜드)는 지하1층~지상5층 규모의 카페·식당 등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계획됐다. 사업 부지는 용호동 5-17 일대로 이기대 턱밑이다. 이 부지는 아이에스동서가 아파트를 지으려는 사업 대상지에 포함된다.


당시 남구청은 용호부두 랜드마크 건축물에 대해 별도 경관 심의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적 심의 의무 대상도 아니었다. 남구 조례에는 구청장이 경관의 보전·관리, 형성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해 경관 심의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기대 길목에 지어지는 건물이다 보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에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가 용호부두와 섶자리를 중심으로 재개발 종합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있던 점도 경관 심의를 진행한 또 다른 배경이었다.

당시 남구청은 해당 카페 건물 건축에 대해 ‘재심의’로 결론 냈다. 용호부두 마스터플랜 마무리 후 다시 심의하겠다는 취지였다. 5층 건물이었지만 이기대란 특수한 공간과 용호부두 재개발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 것이다.

그때 남구청이 작성한 심의 결과서에도 고민의 흔적이 담겼다. 경관위에 참석한 한 위원은 “용호부두 일원 종합계획 마스터플랜이 수립되지 않아 이와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검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고 “건축의 형태를 후면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높이 조절 및 매스를 조정해 열린 공간을 통해 개방성을 가지는 형태로 재구성하길 바란다”는 의견도 덧붙었다.

과거와 달리 아이에스동서 고층 아파트 계획은 별도 경관 심의를 받지 않았다. 남구청은 “‘부산시 남구 경관 조례’에 따르면, 건축위원회(건축위) 심의 대상 건축물은 경관위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 통합심의 안건이 건축, 교통, 개발행위에 대한 것이어서 이 심의로 갈음한다는 것이다. 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시에 문의한 결과 경관위를 열지 않아도 괜찮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작 심의에서는 이기대 경관 논의는 거의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 의지에 따라 부산의 핵심 경관 자원 보호 정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행정 행위에 대한 비난이 나온다. 용호부두 랜드마크 건축물 설계를 담당한 A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당시 기존 건물을 철거해야 해 건물 신축을 계획했는데, 남구청에서 난개발을 막으려는 의지가 강해 불발됐다”며 “이번에는 사업 주체가 대기업이라서인지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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