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화재 당시 기내 소화기 사용 못했다… 2월 3일 합동감식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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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배터리 휴대 규정 강제성 필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 합동조사반이 31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 등 조사 일정을 결정하기 위한 사고기 위험관리평가를 하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승객들의 수하물을 내려 옮기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 합동조사반이 31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 등 조사 일정을 결정하기 위한 사고기 위험관리평가를 하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승객들의 수하물을 내려 옮기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당시 기내 소화기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화재를 늦게 발견해 우선 비상 대피를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 감식은 다음 달 3일 오전 진행될 예정이다.

31일 탑승객 진술 등에 따르면 이륙을 앞둔 김해공항 에어부산 BX391편 화재 당시 기내 후미 수화물 선반(오버헤드 빈)에서 연기가 발생한 뒤 불꽃이 보였다. 선반 내 기내용 수화물에 있는 물건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휴대전화기 보조배터리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전자기기 등이 조심스럽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화재 당시 승무원이 긴급히 기내용 소화기를 들고 선반 쪽으로 향했지만, 실제 사용하지는 않았다. 에어부산은 배터리 화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진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대피를 우선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이륙 전 기내 수화물 칸 안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진화 시도보다 비상 대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튬이온배터리라도 승객이 직접 휴대하다 화재를 초기 발견한 경우에는 진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12일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보조배터리 화재가 발생할 당시에는 승무원이 소화기로 초기에 화재를 진압했다.

대부분 항공사는 기내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 발생 때 소화기로 먼저 진압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용기에 배터리를 넣고 물이나 비알코올성 액체에 채워 화장실에 격리 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초기 발견의 경우에 유효한 방법이다.

보조배터리와 전자기기가 해외여행객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면서 화재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대책이나 매뉴얼은 지지부진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적기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2023년 6건, 2024년 5월까지 5건이다.

전문가들은 화재 발생 우려가 있는 배터리나 전자기기를 직접 휴대하는 것을 강제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항공업계는 기내 휴대가 허용되는 보조배터리에 대해서도 ‘직접 휴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사실상 강제성은 없다. 대부분 항공사가 기내 안내방송으로 라이터나 보조배터리를 직접 휴대하라는 내용을 송출하는 수준이다. 결국 탑승객들이 배터리를 직접 휴대해야 한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사소기 현장 감식 착수를 위한 현장 위험 관리 평가를 오전에 완료하고 다음 달 3일 오전 합동 감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항철위는 소방, 경찰, 국과수 등 합동조사팀과 함께 이날 오전 동체 내부 각종 부품, 화물칸 화재 영향 여부 등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실려있는 연료는 제거하지 않고 현장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장 감식은 시료 채취, 분석, 분류 작업 등에 대한 연속성이 중요한데 주말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3일 오전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부터 항공기 기체는 우천에 대비해 천막으로 가려졌다. 동체하부 화물칸에 실려있는 승객 위탁 수화물은 보안 점검 뒤 에어부산으로 인도해 승객에게 인계될 예정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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