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라면 환경·돌봄 분야 이력서 내 보세요 ['초고령' 지혜, 부산서 찾는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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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일자리

60대 이상 취업자 늘어나는 추세
부산시 우리 동네 ESG센터 도입
16개 구군 확대 지속 가능성 실험
돌봄 영역도 기회 부여 가능성 커

부산 남구 그랜드자연요양병원에서 ‘마음의 영양소 보급단’의 수업이 열리고 있다. 돌봄·환경 등 분야의 초고령 일자리가 늘 전망이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남구 그랜드자연요양병원에서 ‘마음의 영양소 보급단’의 수업이 열리고 있다. 돌봄·환경 등 분야의 초고령 일자리가 늘 전망이다. 이재찬 기자 chan@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사상 처음으로 60세 이상 취업자(674만 9000명)가 50대(672만 명)와 40대(619만 1000명) 등 다른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가장 많았다. 일하고 싶거나, 일해야 하는 고령자가 늘어난 초고령 사회의 한 모습이다. 부산시는 올해 272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총 6만 5156개의 고령자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정부 지원을 넘어

“공사장 막일도 해보고 경비도 해봤어요. 나이가 드니까 그런 일은 할 수 없는데, 여기 와서 동료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용돈벌이도 해서 참 좋아요.”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리동네 ESG센터 해운대점. 6명의 어르신이 알록달록한 장난감을 분해해 색깔별로 정리하고 있었다. 나사를 풀고 전선을 제거하던 김건곤(77) 씨는 이곳에서 보내는 3시간가량이 일상에 큰 즐거움이라고 전했다.

부산해운대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부산의 3번째 우리동네 ESG센터이다. 우리동네 ESG센터는 부산시가 탄소중립 실천과 노인일자리를 결합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65세 이상 인력이 장난감과 페트병 등을 수거해 분해한 후 플라스틱 재생 공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 센터 내 환경 도서관과 카페, 플라스틱 재활용 공방 등에도 고령자들이 근무하며 ‘동네 환경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동네 ESG센터를 통해 1680명의 노인이 일자리를 얻었다.

우리동네 ESG센터는 특히 지속가능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 판매한 수익으로 자체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부산시 정태기 사회복지국장은 “자원 순환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동네 ESG센터와 같은 곳은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앞으로 민자 유치로 부산에 약 30곳가량의 ESG센터를 만들어 연간 360톤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고령 사회에서는 일자리 연계 플랫폼을 통해 민간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고령자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부산시 우수 공유 기업으로, 초단기 일거리 매칭 플랫폼 서비스인 ‘헬퍼잇’을 운영하는 (주)불타는고구마 최석현 대표는 IT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에서 ‘일거리’로 고용 시간을 쪼갤 수 있는 플랫폼이 액티브 시니어에게 새로운 고용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분석했다.

최 대표는 “인건비가 올라 정직원 고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늘면서 플랫폼을 통해 1~2시간 단위로 일을 맡기는 형태가 늘어날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며 수입이 많지 않아도 사회 활동을 원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벼운 심부름부터 청소나 집수리 등 다양한 초단기 일자리를 알선하는 ‘헬퍼잇’에 등록된 헬퍼는 현재 1만 9400명 정도이고 이 중 20%가량이 50대 이상이다.

■돌봄 일자리의 확대

지난달 18일 오전 부산 남구 그랜드자연요양병원 강당. ‘마음의 영양소 보급 사업단’ 노인 교구 지도사들의 인지력 향상 수업이 진행됐다. 수업 주제는 ‘동지 이야기’. 참가자들은 원목으로 만든 교구들을 쌓거나 배열하며 동지 팥죽을 가족들과 나눠 먹던 과거 이야기를 나눴다.

노인 교구 지도사 변수정(54) 씨는 “어르신들이 교구 수업을 통해 인지 능력이 많이 향상되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 씨는 사회복지사로 25년 근무하다 2년 전 ‘마음의 영양소 보급단’의 교구 지도사 과정을 이수했다. 변 씨는 “어르신들과 수업하면서 내 노후에 대해 생각하고 미리 준비도 할 수 있고, 시간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이 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초고령 사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돌봄 서비스가 고령자 일자리와 결합할 수 있다.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한동희 소장은 “초고령 사회에서는 80세 이상 고연령층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인지와 정서, 건강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며 “특히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면서 재교육을 통해 성장을 하려는 신중년이 후반기 고령자 돌봄 일자리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고학력의 전문성을 갖춘 신중년이 늘면서 이들의 경력을 활용한 돌봄 일자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시는 60세 이상 돌봄과 교육 분야 경력자들이 주로 참여하는 ‘늘봄 장애아동 매니저’ 사업을 지난해 처음 실시해, 총 165명의 늘봄 장애아동 매니저가 어린이집이나 초중고등학교에서 장애아의 생활과 학습 등을 지원했다. 이들은 식사나 이동 보조와 같은 단순 업무부터 장애아동의 돌발 행동을 중재하고 대응하는 고난도의 업무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 출신인 이상원(68) 씨는 등교 차량에서 내린 아이들이 정문에서 기다리는 이 씨의 품 안으로 뛰어들 때마다 뭉클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고, 학교라는 환경을 잘 이해하는 교사 출신들에게 적합한 일”이라며 “매일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기쁨을 얻고 사회 활동으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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