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 쓰고 송년회 취소하고… ‘불금’에도 더 커진 부산 “대통령 퇴진” 함성
친구와 함께 집회 찾은 20대
“이번 주는 ‘핫플’ 대신 집회”
9살 자녀와 함께 참석한 엄마
“아이들에게 당당한 나라 원해”
“퇴근하고 가면 시간이 빠듯해서 아껴놨던 반차를 썼어요. 이번 주가 고비라고 생각하고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시위에 참석할 겁니다.”
6일 오후 7시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 하트 조형물 앞에서 열린 ‘군사반란 계엄 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에 참여한 직장인 안 모(37·금정구) 씨는 이렇게 말했다. 3일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날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임에도 평일보다 더 많은 부산 시민들이 모였다. 안 씨는 “다른 지도자들도 행여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국민이 직접 끌어내려 정당한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송년회를 취소하고 집회에 참석했다는 전병호(50·금정구) 씨도 목소리를 높였다. 전 씨는 “국민에게 총을 들이대는 모습을 보니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군대에 간 조카 생각이 났다”며 “한 나라의 수장이 힘들게 군생활하는 군인들을 동원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니 더는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면 사거리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주말을 앞두고 서면에 모였다. 주최 측인 ‘윤석열 정권퇴진 비상부산행동’은 오늘 5000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5일엔 주최 측 추산 3500여 명의 시민들이 이곳에 모였는데, 더 많은 시민들이 결집한 것이다.
우연히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도 ‘윤석열 퇴진’ 손팻말을 나눠주는 부스에 방문해 잠시 같이 집회에 참여했다. 한 시민은 가져온 핫팩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9살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김민지(45·동구) 씨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대통령은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정작 하는 행동은 본인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결정뿐이다. 국민의 목소리는 바로 대통령 퇴진이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퇴진을 외치던 조 모(26·동구) 씨는 “평소 금요일엔 ‘핫플’을 탐방하는 게 취미인데 오늘은 친구와 서면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가 가짜뉴스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답답한 마음을 담아 국회까지 들리도록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고 말했다.
사거리를 꽉 채운 시민들은 쥬디스태화백화점옆 골목길을 지나 대오를 나눠 행진하다 동보프라자에서 다시 한 열로 합쳐졌다. 이어 서면로터리, NC백화점을 거쳐 쥬디스태화로 돌아와 행진을 마쳤다. 시민들 모두 주최 측의 통제에 따라 통행 방해가 되지 않게 집회를 진행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윤석열 정권퇴진 비상부산행동은 오는 주말에는 오후 5시에 이곳에서 시국 집회와 거리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