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해제됐지만… ‘비상등’ 켜진 관광업계
중국·일본·홍콩 현지 여행사
부산 관광 취소 문의 잇따라
일부 업체 화상 미팅 연기도
치안 강국 이미지 심대한 타격
영국·미국 등 위험국가로 지정
지난 3일 밤부터 이어진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관광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계엄 선포로 인한 ‘후폭풍’은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부산관광공사는 지난 4일 사장 주재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관광업계 동향 파악에 나섰다고 5일 밝혔다. 부산은 특히 일본, 중국, 대만에서 오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관광객이 가장 많은 만큼, 해당 국가 현지 여행사를 위주로 파악에 나섰다.
공사에 따르면 중국 현지의 여행사를 중심으로는 취소 문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의 경우에도 일부 여행사를 중심으로는 단체 여행 취소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여행사에서는 관광 목적지를 한국 대신 일본으로 변경하는 문의들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에서도 일정 변경을 고려 중인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부산·경남 지역에서 의전 수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투어 업체도 피해를 입었다. 지난 4일 저녁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를 수송하는 일정이 예약돼 있었으나, 비상계엄 여파로 이날 일정이 취소된 것이다. 이 업체는 이날 그리스에 본사를 둔 한 업체와도 화상 미팅이 예정돼 있었으나, 계엄 여파로 화상 미팅 일정이 연기됐다.
스타엘 장영철 대표는 “비상계엄이 그리 쉽게 선포되는 것이 아닌 만큼 외국에서 이번 사태를 더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전국적으로도 여행 취소가 잇따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루 빨리 안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이 쌓아올린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은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관광산업의 경우 국가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데,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 치안 강국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치안이 안전한 국가라는 이미지가 높은데 이번 계엄으로 인해서 그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면서 “이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그동안의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우려했다.
부산관광공사는 비상계엄 해제 이후로도 상황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할 예정이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관광업계는 코로나19라는 큰 어려움도 잘 이겨내 온 만큼 이번 사태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산관광공사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사실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한국이 여행 위험국가로 지정되기도 했다. 앞서 영국 외무부는 한국 여행에 대한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계엄 해제 후에도 잠재적 혼란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한국 방문을 고려해 달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