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형 민간개발사업 툭하면 좌초… 줄줄 새는 ‘혈세’
진해웅동지구, 마산로봇랜드 등
법정 가도 행정 귀책 판결 이어져
민간에 지급액만 수천억 원 예상
“민간 자본 의존 문제, 검토 철저”
경남도 내 대형 민간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혈세 낭비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자체들의 섣부른 행정과 판단 착오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크다.
창원시는 최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청)이 제기한 ‘진해웅동1지구 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1심 재판에서 최근 패소했다. 법원은 인허가권자인 경자청이 시행자 지정 취소 사유로 든 사업 기간 내 개발 미완료, 실시 계획·시행 명령 미이행 등을 합당하다고 본 것이다.
창원시는 항소 의지를 내비치지만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공동시행자 지위를 잃는다. 뒤이어 민간사업자인 진해오션리조트 역시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 경우 해지시 막대한 지급금이 발생한다. 공동 시행자가 진해오션 측이 투자한 비용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금액만 최소 1500억 원에서 최대 24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일은 ‘마산로봇랜드 사태’와도 유사하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추진한 마산로봇랜드 사업은 행정의 귀책으로 민간사업자인 대우건설에 1660억 원을 지급한 사례다. 민간사업자는 대출원금 50억 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졌는데, 그 원인이 펜션 부지 1필지 소유권을 창원시로부터 이전받지 못해서라고 했다. 해당 부지를 되팔아 상환 기한에 다다른 대출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논리였다.
결국 법정 다툼이 벌어졌고, 지난해 도와 시가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1심 법원은 펜션 부지를 제때 이전하지 않는 것이 실시협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도와 시는 협약 해지에 따른 지급금 1126억 원을 지불해야 했으나 판결에 불복, 항소했지만 결과를 뒤집진 못했다. 도와 시는 이자를 포함해 1660억 원을 각각 50%씩 부담하게 됐다.
합천군도 영상테마파크 호텔 사업을 추진하다 300억 원이 넘는 채무를 갚아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지난해 4월 시행사 대표가 수 백억 원을 가지고 잠적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군은 부랴부랴 대리금융기관인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사업 채무부존재 확인 및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지만 최근 1심 선고 공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대리금융기관 과실이 있어도 실질적인 검토 의무가 없다’고 봤다. 향후 추가 재판이 진행되지만 군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창원시 의창구와 마산회원구를 잇는 팔룡터널도 디폴트 위기다. 올해 5월 대주단이 민간사업자에게 대출금 1440억 원 회수를 통보했다. 팔룡터널을 운영하는 민간사업자는 사업 추진 단계부터 예측 통행량을 잘못 측정했다. 개통 이후 실제 통행량이 30%를 밑돌면서 누적 적자만 702억 원이 쌓이고, 대출 이자조차 감당 못 하는 지경이다.
일단 창원시가 SOC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올해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매월 1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칫 사업 재구조화를 이루지 못해 사업자와 맺은 실시협약이 해지되면, 시에서 해지 시 지급금 1182억 원 상당을 떠안을 수도 있다.
김명룡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여 개발을 진행할 경우 사업자 재정 능력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함은 당연하고,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협약 내용을 조금씩 바꾸는 것도 문제”라며 “민간에 의존해 사업을 추진하니 행정이 끌려가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