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민폐 차박 금지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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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에서 금지된 ‘취사 행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이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해상·해안 국립공원 4곳에서 ‘취사 행위’로 단속된 건수가 2020년 84건이었는데 지난해 195건으로 2.3배 증가했다. 최근 거센 ‘차박 열풍’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비대면 여행’의 경험은 잠자고 있던 한국인의 야생 본능을 일깨웠다. 평소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다 주말이면 ‘자연에 산다’를 체험하려 차를 몰고 도시를 탈출하는 행렬이 생긴 것이다.

현대차가 싼타페 디자인을 통째로 바꾸게 된 키워드가 ‘차박’이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떠오른 ‘차박’에 주목한 것이다. 숙식이 가능하게 개조된 캠핑카도 인기지만 기존 차량을 이용하는 천차만별의 캠핑 방식이 등장했다. 2·3열 좌석 평탄화는 기본. 자동차 지붕에 얹힌 루프 톱 텐트나 트렁크에 체결되는 텐트, 측면에 차양처럼 펼치는 어닝(awning) 텐트 등 캠핑 기술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네 바퀴로 떠나는 야영객이 늘어나니 SNS에서 ‘차박 성지 리스트’는 인기 콘텐츠다. 바다와 강 조망에 화장실이 딸린 무료 공영주차장과 공원, 노지 등은 ‘차박 명당’으로 문전성시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캠핑카·카라반을 방치하는 ‘장박’이 민폐로 지적된 지 오래다. 넓은 공간을 차지한 채 텐트와 의자·테이블을 설치해 불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투기하는 진상 짓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국의 해안 주차장이 ‘알박기 주차’로 몸살을 앓은 뒤 속속 유료로 전환된 이유다.

‘빌런 캠퍼’에 속수무책이었던 공영주차장이 법 개정 이후 문턱이 높아졌다. 개정 주차장법이 9월 시행되면서 야영·취사로 단속되면 최대 5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법 시행 2달간 차박족 사이에 규정 해석을 놓고 혼란이 있었다. 일부 공설 오토캠핑장도 캠핑카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 이래저래 차박족은 위축되는 모양새다. 일부 차박족들은 눈에 띄지도 않고, 흔적도 남기지 않는 소위 ‘스텔스 차박’ 모드를 고민 중이다.

민폐 차박은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차박과의 전쟁이 능사가 아니다. 무분별한 차박지를 지자체가 유료 캠핑장으로 조성해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유료의 전용 시설을 조성하거나, 기존 시설의 구획을 나눠 차박족을 수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차박 문화를 건전한 여가 활동으로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승일 논설위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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