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1심 피선거권 박탈형 최종 결론 신속히 내려야
진행 중인 재판만 4개, 확정까지 하세월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에 혼란 우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심 재판부가 지난 15일 선고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은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었다. 정치인의 선거 중 허위사실 공표에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국민의힘에서조차 “기대 이상의 중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은 물론이고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고, 민주당은 대선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 원도 반환해야 해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대표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힌 터라, 아직은 이 대표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한 범법자인지 아니면 권력으로부터 정치적 보복을 당하는 피해자인지 특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번 1심 선고로 인해 이 대표를 둘러싼 우리 정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증폭됐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번 1심 선고를 ‘정치 판결’로 규정해 대규모 장외집회를 추진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판결 불복이냐”며 야권을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여야의 이런 격한 충돌은 지지자들의 갈등까지 촉발시켜 심각한 국론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선고는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 재판 중 하나, 그것도 겨우 1심 판결일 뿐이다. 그런데도 여야 간 정쟁이 격해지고 민심 역시 요동친다. 여기엔 법원이 재판을 조속히 마무리하지 않고 지연시킨 탓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1년 안에 확정 판결을 내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대표의 경우 1심만 2년 넘게 끌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지난해 3월 기소된 대장동 사건은 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과 얽히면서 지지부진이고, 기소 후 5개월이 지난 대북송금 사건은 아직 정식 재판을 시작도 못했다. 위증교사 사건은 오는 25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지만 향후 일정은 오리무중이다.
재판 지연은 이 대표 측의 지연전술에 법원이 휘둘린 탓일 수도 있고 정치적 여파를 의식한 법원의 눈치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국론분열을 초래한 책임에서 법원은 자유롭지 않다. 싫든 좋든 이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다. 그런데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민은 형사 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의사 결정이 법원의 판단에 좌우되는 현실은 분명 비극이지만, 그만큼 우리 정치에서 법원의 의지가 중요해진 것 또한 현실이다. 이 대표 관련 의혹은 국민의 소중한 선거권이 걸려 있는 만큼 재판부는 엄정하면서도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