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통일 보도의 저널리즘 품질
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북한의 핵과 한반도 안보 문제가 다시 국제 사회의 주요 의제로 부각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에 트럼프는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함으로써 그의 향후 북핵 대응 태도에 한국 정부는 물론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고 있다. 다가올 한반도 안보 상황은 다시 긴장의 국면을 맞을 수 있으며, 북핵 이슈는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한국 언론의 북한 및 통일 보도의 전문성과 저널리즘 품질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재선, 한반도 안보 의제화 가능성 커
한국 언론 전문성·능력 검증 시험대 불가피
사회 통합·동질성 회복 기여 역할 입증해야
북한 및 통일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 중 하나로, 언론 보도는 통일 여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론의 통일 보도는 민족적 차원에서 동질성을 회복하고, 사회 통합과 국민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한 영역이다. 현시점에서 언론의 북한 및 통일 보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언론의 정파성이 북한과 통일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언론의 정파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북한 보도의 문제점은 대체로 두 가지 경향을 보인다. 하나는 북한을 위협적인 대상으로 묘사하는 보도 경향이다. 이는 북한을 적대적 국가로 인식하게 만들며,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과 반북 감정을 확산시킨다. 또 다른 경향은 남북정상회담의 경우와 같은 특정 사안에 대한 무비판적인 접근 태도이다. 때에 따라 이러한 태도는 회담이 실질적인 진전이 없이 끝났을 때 비판적인 시각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이처럼 북한 문제를 보도할 때의 우리 언론은 극단적이고 선택적이며 편향된 시각으로 균형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론의 정파성 탓이다. 정파성은 북한 및 통일 문제를 다룰 때, 객관적인 사실 전달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 내 통합적인 논의보다는 이념적인 갈등을 유발하여 국민들 사이에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독일 언론의 통일 보도 사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통일 이전이던 1980년대에 텔레비전을 보유한 동독 주민의 90%는 서독 방송을 시청하였는데, 이들은 서독 방송 시청을 통해서 자신들의 생활과 서독의 실상을 충분히 알고 비교할 수 있었다. 동독 주민들은 체제 선전에 몰두한 정파적인 동독 방송을 외면하고, 동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반면 객관적 보도를 지향한 서독의 방송을 시청하며 서독 기자들과 언론을 더 신뢰하였다.
서독의 언론은 통일 과정에서 객관성과 균형성에 입각한 보도 태도를 견지하며 동독과 서독 주민의 사회적 합의를 촉진하였다. 통일을 단기적 사건으로 다루지 않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지속성 있게 생산하여 제공하였다. 결과적으로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서독의 언론은 동독 주민만이 아니라 서독 주민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2024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의 비중이 36.9%로 나타나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의 비중은 35%에 달해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남북통일은 우리 사회에서 오랜 기간 민족적 당위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분단 체제의 장기화와 고착 속에 규범적인 수사 이상의 실천적 의미를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언론의 북한 및 통일 보도는 더더욱 사회 통합과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과 일관성 있는 보도 태도로 사회적 합의를 촉진해야 한다. 통일 보도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북한의 체제 위협적인 측면은 말할 것 없이 분단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까지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또한 북한 인권 문제는 지속적인 보도를 통해 국제 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통일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기서 언론의 역할은 객관성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 사회의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 국민이 언론 보도를 토대로 스스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인 시각을 형성하도록 돕는 데에 있다. 이것이 바로 언론이 통일 보도를 통해 저널리즘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