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상생’ 결국 빈손…‘5% 상한제’ 입법론 부상
100여일간 자발적 상생논의, 합의 ‘불발’
가격남용 등 공정위 사건 신속 처리해야
수수료 상한법 발의…“정부가 상한선 정해야”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등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가 수수료 부담을 두고 상생협의체에서 협의를 시도했지만 최종 합의가 사실상 불발되면서 ‘자발적 상생’이 물건너 갔다. 이에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플랫폼의 각종 법 위반 혐의에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며 '강제적 조치'에 나설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수수료 한도를 아예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0일 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갑을 관계의 자발적 해소를 위해 출범한 상생협의체는 지난 7일까지 100여일 동안 총 11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입점업체가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율'을 두고 공전했다.
11차 회의 결과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은 매출액에 따라 2.0∼7.8% 범위의 '차등수수료' 방식으로 수수료율을 낮추겠다고 제안했지만, 2위인 쿠팡이츠가 같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전제를 댔다. 쿠팡이츠는 배민에도 미치지 못하는 2.0∼9.5% 범위의 차등수수료 방안을 내놨다.
협의체를 중재하는 공익위원들은 수수료율 자체도 높을 뿐만 아니라, 인하분을 배달비 인상으로 전가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상생안이 미흡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익위원들은 11일까지 두 회사로부터 한 차례 더 수정 상생안을 받아보겠다고 했지만, 자발적인 상생안 도출은 물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공익위원이 제시한 원칙(평균 수수료 6.8%)에 맞춘 수정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입점업체들이 고수해온 '5% 상한'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강제적 상생'을 위해 배달플랫폼에 칼을 빼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공정위에는 배달플랫폼의 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사건이 여러 건 걸려 있다.
일단 수수료 인상 등이 시장지배력 남용에 해당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지난 9월 신고한 건이 있다. 신고서에 따르면 배민은 2022년 이용료를 '1건당 1000원'에서 '주문금액의 6.8%'로 변경하면서 1차로 가격을 36%(2만원 주문 기준) 수준으로 대폭 인상했다. 지난해 8월에는 수수료를 주문금액의 6.8%에서 9.8%로 44% 올렸다. 시장 1위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큰 폭으로 수수료를 올린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가격 남용' 행위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배달플랫폼이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다른 업체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입점업체에 강요했다는 '최혜 대우'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결국 수수료 인상 부담이 소비자 또는 입점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무료배달'이라는 표현이 법 위반인지도 살펴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비자에게 배달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역시 실제로는 입점업체나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제재로 부족하다면 법으로 입점업체의 수수료 부담 상한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지난달 18일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에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는 중개수수료를 정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한 상한의 범위 안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보완입법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시행령이나 고시로 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하고, 영세 상인에게는 추가 우대 수수료를 도입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취지"라며 "자영업자의 상황이 어려운 만큼 (수수료 상한제) 입법은 상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상생협의체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중재 원칙'이 수수료 상한을 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재 원칙은 매출액 수준에 따라 차등해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그 평균의 상한을 6.8%로 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매출 하위 20%에는 2%를 적용하며, 최고 수준은 현재(9.8%)보다는 낮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입점업체는 법제화 논의도 '5% 상한제'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