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재개발·재건축 줄줄이 암초…삼호가든도 시공사 결별 수순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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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선정 무효 총회 계획
공사비 등 합의점 못 찾아 결렬
지방 최초 '아크로' 모았던 곳
촉진3·4구역 등 공사비 갈등 잇따라
"지역 정비사업 미래 불투명"

부산 해운대구 우동 삼호가든(우동1구역)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인 DL이앤씨 선정 무효 안건을 두고 오는 30일 조합원 총회를 열 계획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해운대구 우동 삼호가든(우동1구역)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인 DL이앤씨 선정 무효 안건을 두고 오는 30일 조합원 총회를 열 계획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방 최초의 ‘아크로’ 브랜드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던 부산 해운대구의 우동 삼호가든(우동1구역) 재건축 조합이 공사비 문제 등으로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부산시민공원 촉진3·4구역, 범천1-1구역 등 부산의 대어급 정비사업장들이 잇따라 공사비 상승 여파로 휘청이고 있어 지역 재개발·재건축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지역 정비업계에 따르면 우동1구역 재건축 조합은 오는 30일 시공사 선정 무효 안건을 두고 조합원 총회를 열 계획이다. 조합은 지난해부터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가계약을 맺기 위해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일부 안건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렬됐다.

핵심은 공사비를 둘러싼 이견이다. 지난 2021년 조합이 DL이앤씨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할 때 시공사 측은 평(3.3㎡)당 609만 원의 공사비를 제안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을 반영해 공사비를 재산정해야 하지만, DL이앤씨가 공사비를 통보해주지 않고 있어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는 게 조합 측 주장이다.

우동1구역 김영찬 조합장은 “시공사가 공사비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탓에 조합 분담금을 추정할 때도 조합이 임의로 3개의 공사비를 산정해 금액을 뽑았다”며 “DL이앤씨는 또 공사 지연이 발생했을 때 전체 조합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호가든은 부산의 대표 부촌인 해운대구 우동에서 최초로 추진됐던 재건축 사업으로, 사업 초기부터 투자자들과 1군 건설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시공사 선정 당시 DL이앤씨는 그동안 서울 한강 인근 아파트에만 적용했던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지방 최초로 삼호가든에 도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삼호가든 재건축 이후 단지명은 ‘아크로원하이드’로 예정됐었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이 무효가 된다는 가정 아래 최근 1군 건설사 10곳에 입찰 의향을 묻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GS건설과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등이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DL이앤씨는 시민공원 촉진3구역 조합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시공사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표준사업약정서’에 날인을 거부하면서 조합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졌고, 이주 절차가 중단됐다. 촉진3구역 조합은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한편 연내 시공사 해지 총회를 열어 새로운 시공사를 찾을 방침이다. 촉진4구역과 범천1-1구역 등도 공사비 상승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부산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잿값은 상승하는데 미분양 리스크는 여전히 줄지 않아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는 정비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며 “3~4년 전 부동산 호황기에 체결했던 시공 계약을 재검토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건설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알짜배기로 손꼽히는 사업장들도 공사비에 발목을 잡히며 휘청이는데, 이보다 입지나 사업성이 좋지 않은 곳들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며 “고금리, 물가 상승 등으로 공사비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절차가 지체된다면 사업성은 그만큼 낮아진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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