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롯데 자이언츠를 위한 백가쟁명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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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하 스포츠부 기자

지난달 28일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의 승리로 올해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KIA는 한국 프로야구 통산 12번째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쌓았다. 같은 달 30일 미국 프로야구(MLB)의 한국시리즈 격인 월드시리즈에서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뉴욕에서 축배를 들었다. 다저스는 4년 만에 MLB 챔피언에 올랐으며, 1955년 이후 모두 8번 미국 야구를 호령했다. 기뻐하는 KIA와 다저스 선수들을 보며 남의 집 잔치에 기웃거리는 듯한 심경이었다.

부산 사직구장에 전시된 롯데 자이언츠의 1984년과 1992년 우승 트로피 수는 올해에도 변함이 없다. 사실 롯데 팬들은 우승 트로피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에만 진출했어도 우승에 버금갈 정도로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롯데의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난세’가 여전하자 천하의 롯데 팬들은 개탄했다. 이들은 저마다 올 시즌 롯데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각자의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이쯤 되면 롯데를 위한 백가쟁명에 견줄 만하다.

부산 시민들이 롯데를 논할 때 보여주는 지식과 열정은 전문가 못지않다. 한 기관의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A는 롯데 경기 분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 매번 기자에게 자신의 견해를 알리곤 한다. 그의 메시지를 읽다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의 핵심 주장은 ‘1·2군 전력 불균형론’이다. 롯데의 선수층이 얇다 보니 주전이 부상을 입을 때마다 대체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1군이 안주할 수 없도록 2군과의 주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돼 팀 전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다는 게 A의 판단이다.

기자의 고교 동창인 B는 올해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졌음에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롯데의 ‘찐팬’이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롯데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을 자주 과시하곤 했다. 그는 롯데의 정규리그 7위 마무리에 대해 ‘봄데 실패론’을 주장했다. 보통 봄에 무서운 기세를 보였던 롯데가 올해는 개막 직후 4연패에 빠졌고, 3~4월에 치른 30경기에서 꼴찌로 추락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B는 이 기간 동안 선발진의 불안정한 투구와 일부 선수들의 부상이 중위권 도약을 어렵게 했다고 분석했다.

흥미롭게도 A와 B는 공통적으로 ‘자유계약(FA) 폭망론’을 거론했다. 롯데가 2년 전 거액을 들여 FA로 영입한 노진혁, 유강남, 한현희의 부진이 롯데로서는 뼈아팠다는 게 그들의 일치된 견해다. A와 B는 또 2025년 FA 자격을 얻는 롯데 투수 김원중과 구승민에 대해 롯데가 무리해서 붙잡을 필요가 없다는, 이른바 ‘FA 선긋기론’도 펼쳤다. 이 두 선수가 롯데에 잔류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 오히려 손해라는 주장이다.

A와 B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기자가 들은 롯데의 올 시즌 분석을 모두 소개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지경이다. 〈부산일보〉 롯데 담당 기자로서, 이렇게 백가쟁명식 의견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균형 잡힌 기사를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자칫하면 섣부른 글로 비웃음을 피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 같은 현상은 롯데에 대한 팬들의 열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롯데의 성적이 아무리 부진하더라도 팬들의 관심이 여전하니 롯데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팬들의 애정이 차디차게 식었던 2000년대 초반, 롯데의 암흑기를 돌이켜 보면 더욱 그렇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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