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 떼 민원 급증했지만… 포획도 사살도 어려워
부산 지난달까지 310건 접수
울산 등산로·진주 도심 출몰
전문포획단도 유인 쉽지 않아
마취총 사용은 동물학대 간주
최근 부쩍 늘어난 들개 떼 탓에 전국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5~10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는 등 조직화 양상을 보이는 데다 도심 주거지까지 생활반경을 넓히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는 전문포획단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조직화한 들개 무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들개로 인한 개물림 사고만 2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에 부산진구 시민공원에서 공원 이용객이 들개에 얼굴을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 이어 8월에는 동래구 안락동 아파트 단지에서 들개 2마리가 시민을 공격해 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올해 9월 말까지 부산에 신고 접수된 들개 수만 310마리에 달하는데, 산 깊숙한 곳에 사는 들개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들개 민원이 잇따르자 부산시는 전문포획단까지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9월 말까지 신고 접수된 들개가 310마리 정도에 현재 210마리 정도를 포획한 상태다. 남은 개체 수를 100마리 정도로 보고 있는데, 금정산 등 산지에 퍼져 있어 포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 울주군에는 들개 떼가 등산로를 점령해 비상이 걸렸다. 억새평원으로 유명한 간월재에 들개가 부쩍 늘었는데, 수십 개 포획틀에 개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넣어 포획에 나선 상태다. 이달에만 30마리 넘는 들개를 잡았고, 남은 20여 마리를 쫓고 있다.
경남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진주시에 따르면 최근 지역에 들개 출몰 신고가 크게 늘었다. 담당 부서는 물론, 각 읍면동사무소와 소방서, 동물단체 신고까지 포함하면 매일 2~3건의 들개 관련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농촌은 물론, 도심지까지 전방위적으로 들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에서 5~6마리 정도 되는 들개 떼가 발견됐는데 몇 달째 포획이 되질 않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들개 떼가 염소 농장을 습격하는 일도 발생했다. 인근 사천시에서는 지난 8월 초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들개 떼가 도망치는 고라니를 사냥해 물어 죽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해마다 진주시로만 100건 안팎의 신고 전화가 오고 있다. 소방서나 동물단체까지 생각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올해는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신고 전화가 급증하는 추세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대여섯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는데, 아파트 주변에서도 출몰해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들개 관련 민원이 이어지는 건 들개가 사회 문제로 인식되면서 신고 자체가 많아진 탓도 있지만, 개체 수 자체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초 ‘개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금지법) 통과 이후 대형견들이 많이 버려졌고 빠르게 번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상국립대 동물생명과학과 김충희 교수는 “소형견들은 한 번에 2~3마리씩 새끼를 놓지만, 대형견들은 7~8마리씩 번식한다. 개 식용 금지법 통과 이후 식용 대형견들이 곳곳에 버려졌고, 빠르게 번식하다 보니 들개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생태계 먹이사슬을 위해 일부 들개는 있어야 하지만 너무 많아지면 사회 문제가 되기 때문에 포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들개 포획이 쉽지 않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게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획틀 사용은 문제가 없지만, 사살하거나 마취총을 사용하는 행위는 ‘동물 학대’로 간주할 수 있다. 무리 짓지 못하고 한두 마리씩 다니는 들개는 사냥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먹이를 구하지 못해 포획틀로도 생포 가능하다.
하지만 조직화한 들개 떼는 토끼와 고라니 등 사냥이 가능해 먹이로는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또 망을 보는 개가 따로 있을 정도로 역할이 나뉘어 있고, 경계심도 많아 전문포획단조차 애를 먹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동료 몇 마리가 잡혀가면 학습 능력이 생겨 더 이상 포획틀로 잡을 수조차 없다. 잡은 후에 주민들이나 등산객이 불쌍하다고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며 “들개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