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5060 남자는 외롭다
고독사 50~60대 장년층 가장 많아
관계 소원해지며 사회적으로 고립
국가 정책 원론적 수준서 못 벗어나
외로움 삼키며 쓸쓸히 연명할 따름
■홀로 살다 쓸쓸히 죽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홀로 죽음, 즉 고독사를 맞은 사람이 3700명에 이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고독사 사망자 조사 결과’에 나타난 수치다. 그런데 고독사한 이들의 54%가 50~60대(이하 5060) 장년층 남성이다. 5060 여성 고독사 사례는 남성의 5분의 1 정도에 그친다. 5060이면 삶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인데, 왜 이 시기에 유독 남성의 고독사가 많을까.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이한 경우를 칭한다. 이는 ‘고독사 예방법’에 규정된 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사회적 고립 상태’다. 고독사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1인 가구, 즉 홀로 사는 사람의 증가를가 꼽힌다. 하지만 혼자 살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든 어쨌든 주변인과의 ‘관계’가 끊어진 상태가 사회적 고립 상태다. 관계가 끊어졌음은 곧 의지할 데 없이 외로운 처지라는 말이다.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 증가 속도도 5060 남성에서 특히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살률은 지난해 27.3명으로 전년 대비 평균 2.2명(8.5%)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50대와 60대 남성의 증가폭이 각각 4.9명(11.6%)과 5.2명(12.6%)으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5060 남성에게서 고독사가 많고 자살률이 높다는 건 그만큼 이들이 외로움에 겨워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로움에 부서지다
남자 나이 50줄에 들어서면 사회생활의 정점을 지나게 되고 일의 중심에서 밀려나면서 박탈감이나 소외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형편에 실직이나 퇴직, 사업 실패 등을 겪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면 자의든 타의든 사람들과의 관계도 끊어진다. 경제적 궁핍 역시 위험 수준에 이른다. 지난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람 중 86%가 50대 이상 장년이고, 이 가운데 60% 이상이 홀로 사는 남성이라는 통계도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50대가 되면 남성 호르몬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에 안 좋은 변화를 겪는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호르몬이 부족한 남성의 56%가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5060 남성들은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주변에 도움 청할 줄을 모른다. 설사 자존심과 체면을 제쳐두고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도 딱히 요청할 데가 없다. 관계의 끈이 약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맺어졌지만, 일을 그만두거나 줄인 후에는 그런 관계가 필연적으로 줄어든다. 여성들이 직장은 물론 지역 공동체에서도 개인적인 교류가 활발한 것과는 달리 남성들은 직장 등 조직 이외의 관계에는 익숙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비근한 예로, 흔한 교류의 장소인 카페를 가장 적게 이용하고 카페에 들어가더라도 가장 빨리 나가는 이들이 5060 남성이라는 보고도 있다. 요컨대 5060 남성은 외로움에 가장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 것이다.
■동년배 보며 그나마 위안?
5060 남성의 고독사와 자살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은 이미 숱하게 나와 있다. 국가와 지역공동체가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다져야 한다거나, 청년·노인층과는 달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5060 남성을 위한 맞춤형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거나, 사회적 연결을 복원시켜 줘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원론적인 논의에 그치는 것들이라 정작 5060 남성들의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고독사나 자살 같은 극단적인 경우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5060 남성들은 문득문득 외로움을 절감한다. 그럴 때마다 친구라도 찾자 싶어 전화기를 들지만 이내 머쓱해진다. 오랜 친구들은 가까이 없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오래 두고 사귀지 않아 깊은 정이 없다. 일로 만난 지인은 결국은 일 때문에 만날 뿐, 일이 끝나면 서로 보지 않을 사이다. 도대체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하는 생각에 속으로 쓴웃음만 지을 뿐이다. “그렇지 않은 5060 남성도 많다”고 힐문하면 딱히 대꾸할 말이 궁색하겠지만, 그래도 가슴 한구석에 서늘한 바람이 스침은 어찌할 수 없다.
그나마 한 줄기 위안은 있겠다. 자기가 그런 것처럼 외로움에 겨워하는 비슷한 처지의 5060 남성들이 옆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 쓸쓸히 삶을 이어가는 ‘또 다른 나’를 바라보며 술잔이나 기울일 밖에!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