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풋살은 '고독'해야 한다 [골 때리는 기자]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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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는 풋살 매치에 참여하는 것 만큼이나 혼자서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8월 31일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호주 시드니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부산일보DB 여성들에게는 풋살 매치에 참여하는 것 만큼이나 혼자서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8월 31일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호주 시드니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부산일보DB

익명의 사람들과 함께 공을 찰 수 있도록 매치를 성사시켜 주는 온라인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풋살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여성들도 이 플랫폼을 통해 경기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풋살을 즐기는 성비가 불균형한 탓에 '혼성 매치'도 자주 성사된다. 공 다루기에 능숙한 여성들도 있지만, 혼성 매치는 대부분 남성들이 좀 더 공을 잘 다루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끼리 찰 수 있도록 인원 배치를 조절해 주는 '매니저'들이 플랫폼에 있긴 하지만, 수준이 비슷한 여성과 남성으로 한 팀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혼성 풋살에 참여할 때마다, 주연으로 활약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몸싸움이 치열한 중원에서 여성이 플레이하기가 쉽지 않기에 혼성 매치는 주로 중원에서 남성들이 골대 근처까지 공을 끌어와주면 여성들이 골대 근처에서 공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혼성 매치에는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바로 남성들은 강한 슈팅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종종 남성들은 '혼성 풋살'은 템포가 느리고 재미없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강한 슈팅이나 몸싸움을 자제하며 여성들을 배려해 매치에 임하는 그들의 배려가 고맙긴 하지만, 매치가 끝나면 1인분의 몫을 하지 못했다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1년 넘게 풋살을 즐겨본 결과, 이 씁쓸함을 없앨 답은 고독한 연습뿐이다. 잦은 경기 참여가 결코 실력을 빠르게 늘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공을 가지고 놀아본 경험이 부족하기에 반드시 '혼자'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초등학교 6학년 이전까지 경기보다 기본기에만 집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초반에는 기본기가 없어도 경기에 참여해 재미를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본기가 부족해 공놀이 자체에 흥미를 잃는 여성들을 많이 목격했다. 결국 '행축(행복축구)'도 실력 향상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다. 빈공터나 공원에 공을 가지고 나가서 패스나 볼 컨트롤 등의 기본 훈련을 혼자서 다져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견뎌내야 한다.

그러면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에서 공을 차라고 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풋살을 즐기는 남성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시간상 문제로 불가피하게 혼성팀에서 경기를 뛸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여성 매치는 남성이나 혼성 매치에 비해 매우 적게 열린다. 여성 매치가 많이 생기기 위해선 혼성 매치에서 여성들의 몫이 더 늘어나야 한다. 고독한 연습만이 여성 풋살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셈이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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