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강 유역 주민 3.7%는 장내 기생충 감염
질병청, 지난해 감염 조사 결과
“민물고기는 꼭 익혀서 먹어야”
민물고기 회를 통해 감염되는 장내 기생충 감염률이 지난해 국내 5대강 유역에서 3.7%로 집계됐다.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섬진강과 낙동강 인근 50대 이상에서 민물고기 생식 습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질병관리청은 ‘주간 건강과 질병’ 최신호에 이와 같은 내용의 ‘2023년 국내 장내기생충 감염 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조사는 간흡충과 장흡충 감염 유행 지역인 5대강(섬진강·낙동강·영산강·금강·한강) 유역의 주민 2만 6258명의 대변 검체를 분석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지난해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3.7%로, 2022년 5.3%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류별 감염률은 간흡충이 1.9%로 가장 높았고, 장흡충 1.6%, 편충 0.2% 순이었다.
감염률은 남성(5.8%)이 여성(2.6%)보다 배 이상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60대(5.2%), 50대(4.9%), 40대(3.7%) 순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이 4.4%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경북(4.2%), 경남(3.3%), 충북(1.9%), 전북(1.7%) 순으로 나타났다. 36개 시·군 중에서는 광양시가 12.3%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하동군(9.0%), 창녕군(6.0%), 산청군(5.5%) 등이 뒤를 이었다. 간흡충 감염률만 놓고 보면 포항시가 5.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식품 매개 기생충증은 대부분 강 주변 사람들이 간흡충 또는 장흡충 피낭유층에 감염된 민물고기를 날로 먹는 습관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장내 기생충 감염 중 간흡충(52.2%)과 장흡충(42.5%)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간흡충과 장흡충은 주로 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인 긴몰개, 참붕어, 돌고기, 은어, 모래무지, 몰개, 잉어, 붕어 등을 회로 먹거나 감염된 민물고기를 조리할 때 사용한 칼, 도마 등 조리 도구를 통해서 감염된다. 감염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고, 잠복기를 거쳐 발열이나 복통이 있을 수 있다.
간흡충증(간디스토마)의 경우 감염된 기생충 수가 많고 감염 기간이 길다면 다양한 증상이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급성 감염 시에는 상복부 통증, 발열, 소화불량, 위장 출혈,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급사까지 이를 수 있다. 특히 단순한 기생충 감염을 넘어 담도 내 염증 유발, 담낭염, 담관염, 담석증, 담관 폐쇄나 패혈증 등 이차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장기간 감염되면 담관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질병관리청은 “연령별 분석 결과는 섬진강 또는 낙동강 인근에 거주하는 50대 이상에서 민물고기 생식 습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감염이 높은 수계 지역을 대상으로 생식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교육하고 검사와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전국 12개 시도 영유아 3만 49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요충 검사에서는 감염률이 0.2%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이후 개인, 특히 아이들의 위생 관리가 강화돼 감염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