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인테르메조, 연결과 전환의 테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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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투리두에게 애원하는 산투차 장면. 위키미디어 제공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투리두에게 애원하는 산투차 장면. 위키미디어 제공

달력을 보다가 새삼스레 놀랐다. 아!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나버렸구나. 이제 장마와 불볕더위와 씨름하다 보면 금방 여름이 지나갈 것이고, 찬바람이 부는 듯하면 어느새 한 해가 저물 것이다. 시간이란 항상 야속하게 흘러가는 법, 이쯤에서 올 한 해 세웠던 계획을 중간 점검하면서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음악에도 이와 비슷한 생각으로 만들어 놓은 장치가 있다. 인테르메조(intermezzo)라는 음악 용어다. 우리말로는 간주곡(間奏曲)이라 한다. 오페라나 드라마에서 쓰는 막간 음악으로, 곡의 중간에 이야기를 전환하고 청중의 감정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는 곡이다.

음악사에는 꼭 들어봐야 할 간주곡이 많다. 슈베르트 ‘로자문데’ 간주곡, 비제 ‘카르멘’ 간주곡, 그라나도스 ‘고예스카스’ 간주곡 등이 모두 명곡이다. 그러나 모든 간주곡 중에서 딱 한 곡을 고르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 곡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고르겠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가 1890년 로마에서 초연한 단막 오페라다. 1887년 손초뇨 출판사가 주최한 창작 오페라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라는 말은 ‘시골 기사’를 의미하는데, 우리 식으로 하자면 ‘향토 예비군’ 정도 되겠다. 제대하고 돌아온 청년 투리두는 옛 애인 롤라를 잊지 못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피오의 아내가 되어 있다. 자괴감과 질투로 괴로워하던 투리두는 결국 알피오와 결투를 벌이다가 허무하게 죽는다는 내용이다.

무척 간단한 스토리지만, 이 오페라에는 어떤 신화적 인물이나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평범한 서민들이 겪는 질투와 분노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묘사해 놓았다. 그래서 이탈리아 ‘베리스모’(사실주의)의 시작을 알렸다는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가진 평범하다 못해 지질한 본성, 성급한 분노, 후회 등의 감정을 미화하거나 승화시키지 않고 드러낸다. 그러나 이 현실적인 막장 드라마를 너무나 멋진 아리아, 합창, 간주곡으로 수놓았다.

마치 폭풍전야의 풍경처럼 드라마틱한 간주곡은 영화나 CF에서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성난 황소’의 오프닝신,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 ‘대부3’의 라스트신 등에서 이 곡이 흘러나왔다. 시간의 흐름에 부대낄 때, 시간의 흔적을 더듬고 싶을 때, 이 곡만큼 배경음악으로 어울리는 곡도 찾기 힘들 것이다. 지나간 시간이 밀물처럼 들이치는 곡이다.

※마스카니-'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마스카니-'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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