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클래식은 커피를 사랑해
음악평론가
“아, 커피 맛은 정말 기가 막히죠. 수천 번의 키스보다 더 달콤하고, 맛 좋은 포도주보다 더 부드럽죠. 커피, 커피, 난 커피를 마셔야 해요. 내게 즐거움을 주려거든, 아! 커피 한잔을 채워 줘요.”
이 곡은 그 유명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만든 ‘커피 칸타타’에 나오는 노래 가사다. 가사나 곡조도 재미있지만 노래 주위를 나비처럼 맴도는 트라베르소 플루트(가로 플루트) 소리가 정말 멋지다. 종교음악의 대가인 바흐가 어쩌다가 이런 곡을 쓰게 되었을까? 그를 위해선 바로크 시대 유럽에 번진 커피 열풍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에티오피아, 예멘, 콘스탄티노플을 거쳐 베네치아에 상륙한 커피는 순식간에 유럽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645년 베네치아에 첫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고, 1652년에는 런던에 첫 커피하우스가 생겼으며, 파리, 함부르크 등 유럽 도시마다 커피가 최고의 트랜드 상품이 되었다. 바흐가 살던 독일의 라이프치히에도 몇 개의 커피하우스가 생겼는데, 그중에서 ‘치머만 커피하우스’는 바흐의 단골 쉼터였다. 이 카페에서 밀린 악보도 필사하고, 아마추어 앙상블 연주회도 가졌다.
그러던 바흐가 매우 이례적으로 세속적인 내용의 음악 한 곡을 완성했다. 원래 제목은 ‘가만히, 떠들지 말고(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이지만 흔히들 ‘커피 칸타타’로 부른다. 커피를 너무나 사랑하는 딸과 이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이 곡을 들으면 낙천적인 모습의 바흐가 그려진다. 커피잔을 들고서 “그래, 바로 이 맛이야!”라며 행복해하는 바흐 말이다.
어디 바흐뿐이랴,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할 것 없이 모두 커피를 최고의 벗처럼 여겼다. 베토벤은 “매일 아침 나는 최고의 벗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한잔의 커피에 담긴 60알의 원두는 내게 60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커피광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커피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최고의 음료수였고, 한국 역시 커피 소비량에선 빠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최근 발견된 사료에 의하면 커피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이 1884년 부산의 해관(지금의 세관)에 근무하던 민건호가 쓴 〈해은일록〉에 나와 있다. 다음 달 초 벡스코에선 부산시와 SCA(스페셜티 커피 협회) 공동 주최로 ‘월드 오브 커피&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부산’을 연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부산이 ‘한국 커피의 자존심’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바흐마저 음악으로 남겼듯, 커피는 그 자체로 역사이자 예술이다. 부산의 커피 문화가 산업적인 차원을 넘어 다양한 예술과 접목되기를 바란다.